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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환상적 케미”의 시대는 갔다…바이든 당선이 준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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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사람이 “환상적인 케미스트리(궁합)”를 자랑하며 ‘러브레터’로 주요 고비를 넘겨왔던 북미 관계가 전환점을 맞았다.

일단 정권 교체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북 정책 구상에 더해 국내에 산적한 문제까지 해결하다 보면 사실상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북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빠른 시간 내 대북 정책이 수립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북한도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어떤 방식으로 미국에 전달하느냐가 상당한 숙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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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마지막 TV토론회를 진행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은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확연히 다를 것임을 분명히 예고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열린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고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 핵 능력을 감축하는 데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유세 기간 내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독재자”, “폭군”, “악당”으로 지칭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TV 선거 광고에서 김 위원장을 ‘불량배’로 지칭하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즉각 “바이든과 같은 미친 개는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 신임 장관에 ‘대북 강경파’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내정된 사실이 24일 알려지며 북한의 대미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블링컨 신임 장관은 김 위원장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부르며 북핵 폐기를 위해 미국, 한국, 일본은 물론 중국이 강력하게 대북제재를 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쥐어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진정한 경제 압박을 만들어야 한다”고 시사했다. 북핵 해법으로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와는 상당한 온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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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는 북한이 머지않아 무력 도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초대원장인 윤영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25일 한반도평화연구원의 ‘미국 대선과 한반도’ 이슈브리프 글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수많은 국내 난제들을 앞에 두고 얼마나 외교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지, 또 외교 문제 중에서도 과연 북한에 대해 얼마나 우선순위를 둘지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윤 명예교수는 “북한 문제가 뒷전으로 미루어진다면 국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는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 시급한 김 위원장이 얼마나 참고 기다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 “만일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경우, 한반도는 지난 2018년 이전의 긴장된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 참석해 “김정은 정권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미국 새 행정부의) 간을 보는 조치를 취하면서 현상 타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동맹을 중요시하는 바이든 후보의 성향상 한일 관계에서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윤 명예교수는 “한일 간 심각한 분쟁이 진행될 때 방관했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대조적으로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요청해올 것”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국의 귄위주의와 반시장적 경제행위에도 공동대처하자고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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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 정부에 던져진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한미 양국 간의 공통의 접근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보인다. 중기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대한 딜레마를 인식 시켜 우리 외교의 입지를 넓히는 것이라고 윤 명예교수는 분석했다.

윤 명예교수는 “한국의 지정학적 딜레마를 인식시켜야만 한국이 민주주의, 자유, 인권, 시장질서, 다자주의 등의 가치에 기반한 국가 정체성에 입각해 미국과 협력해 나갈 수 있다”면서 “동시에 미국이 한미동맹의 군사적 타깃을 중국으로까지 확대시키는 것을 막도록 설득해 나갈 외교적 공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성장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체재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핵을 완전히 포기시키는 것은 어렵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와 경제번영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대안 제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대북 협상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하고 클린턴 행정부 시기에 작성된 ‘페리 보고서’(대북 포용을 기조로 하는 비핵화 정책)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북 전략 보고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을 추진한다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북한 체제의 실질적 2인자인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간 고위급회담을 통해 대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제언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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