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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대북특사 보내야"…"文 먼저 바이든과 친분 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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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국가전략포럼 남북관계 현황과 2021년 전망

내년 상반기까지 불확실성 커

바이든 스냅백·단계적 접근 배제 안해…韓입장 잘 설득해야

이데일리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2013년 12월 6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미국의 아태정책과 한일 동맹에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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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내년 상반기는 굉장히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기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세종연구소에서 주최한 ‘세종국가전략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망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가고 조 바이든의 시대가 오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새로운 미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 당시의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을 포함해 새 정부를 구성하고 이를 인준 받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일종의 ‘공백기’에 들어가는 이번 상반기를 향후 5년간 한반도 이슈를 세팅할 위기이자 기회라고 보고 있었다.

이날 포럼에는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사회를 맡고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조성렬 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이 발제했다. 토론에는 당초 예정돼 있던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영호 국방대학교 교수뿐만 아니라 외교통상부 북미국장·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한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 백학순 세종연구소장까지 참여해 치열한 아이디어 공방을 벌였다.

2020년 남북관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박종철(이하 박) = 상반기 북한은 상당한 대남공세를 취하다가 하반기 들어오면서 남북관계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계기가 됐지만, 남북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거나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만, 미국 대선 국면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목적 등 여러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은 어떻게 나올까.


조성렬(이하 조)= 올해 7월 10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문은 대미 독트린이라고 할 정도로 북한의 미국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를 보면 북미 대화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고 어차피 미국의 대북 제재는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당면 과제는 대응능력을 재고한다고 돼 있다. 이는 내년 1월 있을 8차 당대회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을 하면 군사능력을 키우는 것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북한의 군사능력 향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양운철(이하 양)= 2020년 남북관계는 평가 자체가 의미가 없다. 북한의 최고의 전략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에 솔직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북한이 상당히 자신감을 잃은 상태에서 핵 문제와 남북관계에 다시 중점을 두는 것은 무리다.

박 = 북한이 경제상황이 악화돼 있고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관망·관리 모드로 갈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과거 오바마 행정부 출범할 때 미사일을 쏘는 등 행위가 있었던 만큼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도발을 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형태일까.

박 = 일부에서 우려는 전략적 인내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장 내년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의 첫 실험대가 될 것이다.

조 = 이란 핵합의(JCPOA)를 청사진으로 내세우며 군비통제 접근법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은 이란과 달리 핵무기를 완성한 단계이기 때문에 똑같이 할 수는 없다.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일부 핵탄두, 미사일을 파괴하는 잠정적 핵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경우, 스냅백을 전제로 제재 완화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위성락(이하 위) = 핵탄두와 미사일을 먼저 폐기한다면 아주 좋겠지만, 싱가폴 회담과 하노이 회담을 보면 북한은 이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싱가포르 회담은 미-북 간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작은 성과를 거둔 이후가 아니겠는가.

바이든 팀이 스냅백을 얘기한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가역적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스몰딜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 일단 그런 식으로 대화하고 성과를 내면서 프런트 로딩(비핵화의 초기 이행 조치로서 핵무기·핵물질·ICBM의 폐기나 반출을 의미)해야 한다.

김영호(이하 김) =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단계적 비핵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핵심은 북한이 핵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우리가 패전국도 아니고 왜 공개해야 하냐고 나올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겠는가

위 = 바이든 정부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을 상수로 보고 이를 방치하려는 것. 정책 검토 전이라고 막후에서 접촉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미국이 대화와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을 설득할 때도 우리가 가진 내용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상대 의중을 파악해야 하고 최고 지도자들간의 개인적 관계를 우선시했으면 한다. 옛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설득하려고 정상회담을 했는데 안 된 경험이 있다.

박 = 남북간 채널을 복원하면 한미 채널을 복원하는, 2018년과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느냐가 우리의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를 통한 인도적 협력은 중요하다.

조 = 이번에 여당 의원들이 방미에서 제이크 설리번과 공동 기고를 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났는데 “인도적 지원부터 시작하는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인도적 지원은 북핵 문제와 관련 없이 할 수 있다.

김 = 내년 상반기는 우리에게는 기회이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가 양쪽에서 왔다갔다해서 중재하니 된 것이다. 내년 초반기까지는 이같은 우리의 중재 역할에 대해 양쪽 다 기대할 수 있다.

대북특사는 좋은 아이디어다. 바이든 정부 들어와서 상반기 6개월까지는 북한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내버려둘 수도 없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도 된다.

종전선언은 어떻게 봐야겠나

조 =북한이 얘기하는 북미대화 재개조건은 미국의 적대시 대북정책 철회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전쟁이 끝나서 북한이 더이상 적성 국가가 아니어야 하는데 검증된 비핵화 없이 이는 어렵다. 법적으로 어렵다면 정치적으로 하자는 것이 종전선언이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옛날에 썼던 카드를 다시 활용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제시한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답이라고 본다.

위 = 2007년 당시 종전선언은 신뢰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필요한 가치라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비핵화’가 전제되면서 변곡점을 만났다. 너무 많은 조건이 걸리면 종전선언으로 북한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백학순 = 우리 정부가 할 일은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점을 잘 검토해서 바이든 정부와의 첫 단추를 잘 끼워내는 것이다. 재구조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게 4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먼저 싱가포르 합의와 정신을 바이든 정부에게 계승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이 북미 관계에서 얻으려는 궁극적인 미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다. 궁극적인 것은 평화·공존이지 북한 정권의 교체가 아니다. 하노이 회담만 하더라도 안보분야 기득권과 연결된 강경파들이 싱가포르 합의를 뒤집으며 리비아식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바이든 정부에 ‘인풋’(input)시켜야 한다. 김 위원장은 신뢰조치로서 종전선언을 요구했지만 미국 내 반대 세력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정착하고 비핵화를 이루려면 종전선언부터 하지 않으면 싱가포르 정신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북미협상에서 우리를 배제하지 말라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시기에는 우리가 형식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했지만,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자 우리를 배제했다. 우리는 동맹으로서 한반도 문제 해결 주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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