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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아시아나 인수 ‘내로남불’ 논란 불거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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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미디어 회견-‘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방향, 그리고 전문경영인의 역할’.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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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제동을 건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주사 한진칼이 KDB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반대하면서, 자신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나는 되고, 산은은 안된다’는 식의 ‘내로남불’ 행태라는 주장이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KCGI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의 심문이 열렸다. KCGI 측은 ‘재벌 지위 보전 목적’을 내세운 반면, 한진그룹 측은 ‘존립 위한 경영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진칼 유상증자 예정일이 다음달 2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의 판결은 늦어도 12월1일 전에는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산은, 한진칼 출자→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한진칼, 대한항공에 자금 대여→대한항공, 주주배정 유상증자→아시아나항공, 제3자배정 유상증자→딜클로징(거래종결)’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산은은 이번 유상증자가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위한 ‘생존’에 초점을 맞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으로 직접 투자할 경우, 한진칼은 ‘자회사 지분 20% 이상 확보’라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산은이 통합 항공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갖추면서, 되도록 빠른 시일 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KCGI는 산은이 3자배정 유상증자로 1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보유 지분이 희석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산은이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발행하거나 자신들이 참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인수 대금을 마련하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KCGI가 산은이 조 회장 편에 설 것이라고 단정 지은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들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기 때문에 산은이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상황에 따라 말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는 점은 KCGI의 진위에 의구심을 품게하는 대목이다.

KCGI는 지난 17일 배포한 자료에서 “추가 부실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실사 등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무시한 인수 결정은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부실을 떠넘기기 식의 졸속 매각”이라고 반발했다. 사실상 인수합병(M&A)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한 셈.

하지만 산은과 한진그룹이 “항공산업 재편과 10만명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린 필수적 결정”이라고 발표하자, 강성부 KCGI 대표는 “항공사 통합에는 반대한 적이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아시아나항공 구제는 각기 다른 문제”라며 늬앙스 변화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자리라는 민감한 사항을 간과했다가 역풍을 우려해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는 강 대표가 통합 항공사의 경영권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KCGI는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는 만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면 지분 감소를 방어하거나 더 늘릴 수 있다. 또 산은이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매입하면, 자신들의 의결권에 영향이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는 적지 않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라는 태생적 한계와 본질을 따져볼 때,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큰 폭의 구조조정으로 단기적 주가 부양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시세차익을 거둬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것이란 의혹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KCGI와 ‘반(反)조원태 동맹’을 구축한 반도건설 역시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하다. 특히 권홍사 전 반도그룹 회장은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그룹 명예회장 자리를 요구한 만큼, ‘경영 정상화’ 명분보다는 사적 이익에 치중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실제 국내 항공사 한 관계자는 “수조원의 나랏돈이 투입된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 전체를 KCGI가 차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을 넘어 재앙 수준”이라며 “산은은 안되고, 나는 된다는 식의 내로남불”이라고 토로했다.

KCGI는 가처분 소송과 별개로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임시 주총이 열리면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규 이사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에는 이미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항공업 비(非)전문가라는 이유로 사외이사 선임이 부결된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KCGI가 최악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일본의 JAL(일본항공)을 모범 경영사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차지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전망된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최초로 취득한 2018년 당시 “경영권 장악이 아닌 주요주주로서의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 기업가치를 높이는게 목적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지양한다”고 밝힌 것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경영권 분쟁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 외부 리스크로 항공산업 공멸 위기가 엄습한 상황에서 최대주주 지위를 가진 KCGI는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 경영진을 비판하는데만 몰두한다는 점은 결국 시세차익이 일순위 목표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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