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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與 ‘YS의 JP 축출’ 반면교사 삼아야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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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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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집권세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직무 배제 조치와 관련해, 김영삼(YS) 대통령에게 축출당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린 김종필(JP) 민자당 대표의 ‘과거사’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

1992년 3월 실시한 14대 총선에서 자파 세력인 신민주공화계 후보의 대거 낙선에 충격을 받은 JP는 청구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YS는 총선 후 칩거 중인 김종필 최고위원의 자택으로 직접 찾아가 지지를 부탁했고, JP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며 YS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JP의 이런 행보는 YS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했고, JP는 경선에서 승리한 YS의 뒤를 이어 민자당 대표자리에 올라 당을 이끌었다.

집권 후 YS와 그의 지지 세력인 민주계는 ‘세계화’를 내세워 JP 제거에 나섰고, 이에 반발한 JP는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했다. JP의 신당 창당은 당시 구시대 인물로 퇴물이나 다름없어 정치적으로 쓸모가 없다고 여긴 YS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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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후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1996년 15대 총선 승리를 거둬 화려하게 부활한 JP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연대해 헌정사상 첫 공동정권을 창출한 데 이어 DJ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박근혜·이명박정부의 적폐청산에 앞장 선 윤 총장은 그동안 보수진영에서는 ‘공공의 적’이었다. 지금도 박근혜정부 고위 공직자 출신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검찰지상주의자’라며 윤 총장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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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추 장관 등 집권층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여러 이유를 들이대며 윤 총장을 쫓아내려고 했고, 그런 과정에서 그가 부지불식간에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후보의 ‘변수’로 등장해버린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징계청구·직무 배제 조치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검찰총장의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조치는 윤 총장의 공직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연장의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지울 수 없다.

황용호 정치부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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