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호가하는 게임 아이템 본떠… 美 매체들 공식 트로피로 오해도
“비디오 게임에서 최종 보스를 이기고 검을 빼앗은 것 같다.”(MLB닷컴)
NC 다이노스가 지난 24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그라운드에서 선보인 ‘집행검 세리머니’는 미국에서도 화제였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우승 직후 그라운드에서 직접 천을 벗겨 공개한 이 검은 우승 트로피가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의 최고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이하 집행검)을 본떠 만든 모형검이다. 길이 155㎝에 화려한 장식까지 게임 속 집행검 아이템을 빼닮았다. 집행검은 얻는 방법이 어려운 데다 압도적 성능을 지니고 있어 강화 정도에 따라 유저들 사이의 거래 가격이 수천만~수억원에 달해 유명해진 아이템이다.
NC 주장 양의지가 24일 한국시리즈 우승 후 ‘집행검’을 뽑아드는 모습.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
세리머니 아이디어는 선수단이 직접 냈다. MVP로 선정된 양의지는 “리니지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 박민우가 ‘NC 하면 게임’이라며 아이디어를 냈는데, 본사에서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했다.
ESPN을 통해 중계를 접한 미국 매체는 이 집행검을 정식 트로피로 오인하기도 했다. 미국 야구팬도 “트로피가 검이라니” “지금까지 KBO에서 본 것 중 가장 KBO답다” 등 반응을 남기며 즐거워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의 ‘코로나 세리머니’와 비교하기도 했다. 한 팬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후 코로나 걸린 선수가 마스크 없이 팀 동료와 함께 기뻐했다. NC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거대한 검이 나왔다. 왜 한국 야구가 모든 면에서 MLB보다 훨씬 더 나은 건가?”
이 모형검의 등장은 한국시리즈 내내 송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TV 광고와 연결돼 있다. 이 광고는 대장장이들이 ‘따이’라는 추임새를 계속 넣으며 검을 만드는 장면만 나온다. 대장장이 중 노란색 머리에 엄지손가락을 드는 대장장이가 김택진 대표다. 모두 이 광고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지 못했는데, NC 우승 후 집행검이 등장하면서 그 뜻을 알아차렸다. 김 대표가 NC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앞두고 팀을 위해 집행검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는 스토리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집행검을 직접 공개한 뒤 한 발짝 떨어져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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