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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만났습니다]①"바이든 기후변화정책, 선제적 대응땐 韓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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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석학` 이안 던롭 세이프클라이밋 호주 회장

美 파리협약 복귀, 기후변화 대응에 커다란 `청신호`

탄소조정세 설득 지난한 작업…신속 도입 어려울 듯

바이든 정책 기다리기보단 선제대응이 국익에 도움

환경정책, 규제란 생각 버려야…막대한 투자기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면서 교역 상대국들에게도 그에 맞춰 더 강한 감축을 요구할 겁니다. 상대국 입장에서는 이를 규제로 여기지 말고,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는 게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서유럽 정계와 재계, 학계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 미래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인 로마클럽 회원이면서 기후변화 비정부기구(NGO)인 세이프 클라이밋(Safe Climate) 호주를 이끌고 있는 이안 던롭 회장은 24일 이메일과 유선을 통해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조언했다.

특히 던롭 회장은 “저(低)탄소 경제로의 빠른 전환은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막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같은 국가에 가장 큰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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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안 던롭 회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인구와 소비가 늘어나면서 인간들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잠식해 들어가는 탓에 지금과 같은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건 최근 수년 간 전문가들이 경고해왔던 위험이었다.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이되는 바이러스, 이른바 `동물매개 감염병`이 더 늘어나고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졌다. 특히 기후변화의 결과로 지구 평균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늘면서 야생동물들이 원래 서식지에서 이탈해 이 같은 신종 감염병을 더 늘릴 수 있는 위험도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상황만 봐도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을 경험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팬데믹에 더 적극 대비했던 반면 서구 국가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대비가 소홀했다. 그 결과로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영국, 유럽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도 여러 국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가 인간이 만든 재앙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실제 기후 영향은 커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금이라도 그 위험을 인정하고 진정한 비상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전 세계인이 서서히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기후변화를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덕에 분별있는 정치 지도자들은 건강한 국민 없이는 건강한 경제도 가질 수 없다는 걸 인식하게 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민사회는 경제가 환경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도록 정치인들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하나.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2위 배출 국가다. 1위는 28%인 중국이고. 만약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그 해결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데 미국이 건설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전 세계는 지난 2015년 파리협약에서 마련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게 극히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파리협약 복귀는 기후변화 대응에 커다란 청신호라 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親)환경 정책이 당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단언하긴 이르지만, 영향이 있었다곤 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내 화석연료 기득권층은 오랫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기후과학에 의해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부터 올해 캘리포니아 산불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몸소 겪어왔고, 미군 역시 기후변화를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하게 중요한 환경보호입법들을 무위로 만들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미국 성인 3분의2 이상은 정부가 기후변화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친환경 정책을 내세운 바이든을 지지한 표 가운데 어느 정도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바이든의 기후변화정책은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앞서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2050년 넷 제로(Net-zero)를 목표로 하는데, 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바이든의 환경정책 모두가 합리적이지만, 단 하나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NZE2050)는 부적절해 보인다. 재앙과 같은 기후변화 문제를 차단하고자 한다면 2050년이 아니라 2030년까지는 넷 제로를 실현해야 한다고 많은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각심을 일깨우는 경고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차원이다.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지난 30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더 가속화되도록 내버려 둔 우리의 과오가 낳은 결과다. 이런 차원에서 바이든의 환경정책이 다시 짜여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모든 국가들과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하고 실천에 동참해 신속하게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게 시급한 만큼 최대 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이 파리협약에 재가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바이든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정책 중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면.

△바이든의 모든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왜냐하면 바이든의 정책은 전 세계에서 채택된 정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각 국가별 환경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르긴 하지만,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동일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203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가 살기 힘들어지는 위험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은 같은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중국도 공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 지구적인 공조가 요구된다. 특히 한국과 호주와 같은 국가들로부터 협력과 지지를 받으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상호 간에 서로 협력이 불가피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이 이런 전 세계적 도전에 함께 대응하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함으로써 다른 교역 상대국들에게도 그에 맞춰 더 강한 감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행보를 할 것이다. 다만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기후정책에서 참사 수준으로 뒤쳐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는데 꽤 많은 일을 해야할 것이다. 그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이 원하는 속도로 기후정책을 추진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도 미국이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솔선해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고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탄소조정세를 도입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부과할 것으로 보는가.

△우리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내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전 세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탄소조정세도 이 중 일부가 될 것이다. 탄소조정세는 온실가스 배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배출량에 따라 관세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으로, 바이든은 오는 2025년까지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직은 그 외 세부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긴 했지만, 생각 만큼 신속하게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다. 아직도 상원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하원 의원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지지를 얻어 내야 하는데, 이는 지난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들은 탄소조정세라는 위협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이려 해선 안된다. 선세적으로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아시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봤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는 만큼 탄소조정세 도입을 걱정하고 있지만 말고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이 환경정책을 강하게 내세울 경우 한국과 중국 등 수출 위주의 신흥국들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모든 국가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이제부터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이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단결해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지구 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현재 지구 상의 인구 중 상당수가 사라져야 할 수도 있고 전 세계 여러 지역은 인간이 생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중국과 같은 국가와 그 기업들도 예전처럼 이런 환경정책이 단순한 통상 규제나 수출에 따르는 법적 걸림돌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국 환경정책 변화가 주변국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텐데.

△기후변화의 위험이 극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저(低)탄소 경제로의 빠른 전환은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막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확실히 미국 환경정책 변화는 중요하며, 전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도 큰 혜택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기술력이 좋고 미국과 강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가진 국가는 그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대응은 우리의 경제시스템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현재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파멸의 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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