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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부글부글' 검사들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폭거"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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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김태은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박세연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같은 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가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관련 대면조사를 강행하기 위해 전날(18일) 재차 공문을 보내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이 벼랑 끝을 향하는 양상이다. 2020.11.1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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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지시가 내려지자 일선 검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는 이날 오전 "(윤 총장 징계는)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 그리고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상급자의 지시라 하더라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후 그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사를 최대한 설득하고, 만약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전 정권에서 정권 주변부를 기웃거리거나 보신에만 열중하던 분들이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검찰개혁의 화신이 돼 모든 요직을 다 차지하고 온갖 막가파식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그분들의 변신도 놀랍고, 그런 분들을 요직에 중용하시는 분들의 판단력도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 정치검사들의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심히 부당한 업무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검사들은 없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고 강조했다.


'재판부 불법사찰' 근거 보고서 작성 검사, 추미애에 직접 반박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비위 의혹 중 하나로 제시한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근거인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담당자라며 추 장관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검사도 있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자료 작성 의도는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라 주요 사건 공판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는 게 이른바 '사찰'이지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이냐"고 반문했다.

추 장관은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이 이뤄진 사건들을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조 전 장관 사건이라고 거론했지만 해당 보고서에 거론된 재판부 내용은 양승태 전 대법관 재판 관련이었다며 법원행정처 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성 검사는 "2019년 이미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제기하며 '배석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고,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며 "수사팀으로부터 자료를 받을 이유도,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부분은 피해 당사자가 재판을 맡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재판결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었기에 참고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집권세력 비난 수사하면 언제든 총장 내칠 수 있단 뼈아픈 선례 남아"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8기)는 전날(24일) 오후 11시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오늘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를 명한 것은 소위 집권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총장을 내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검사는 ""오늘 법무부 장관의 권한 행사가 이전 집권세력이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것이냐"면서 "2020년 11월24일, 소위 집권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검찰총장을 내칠 수 있다는 뼈아픈 선례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김창진 동부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도 이날 "장관이 하명한 사건을 수사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있어도 징계는커녕 직무배제도 이뤄지지 않고,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하되 이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검사의 글에는 후배들의 댓글이 연달아 달리고 있다. A검사는 "선배님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했고, B검사 또한 "선배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며 "어제의 사태에 이르게 된 과정과 사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추 장관으로부터 'SNS 공개 저격'을 당했던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9기)는 추 장관의 직무배제 지시 발표 직후 이를 '폭거'라고 칭하며 항의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검찰 밖에서 비판 잇따라



검찰 밖에서도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장을 맡았던 신평(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윤 총장의 비위 혐의 중 하나로 지적된 정치적 중립 손상에 대해 "민주주의 체제에서 어느 누구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국민 전체의 이로움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대해 비판할 수는 없다. 더욱이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여권이 총체적으로 나서서 윤 총장의 정계 참여 가능성을 두고 그의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으나, 이는 어불성설의 일이요 망발"이라며 "내 귀에는 마치 자신들만이 영영세세 권력을 잡고 흔들겠다는 탐욕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파괴 시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현상"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헌법과 법치주의, 법질서의 수호자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검사인사권과 수사지휘권, 감찰권을 남발하며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최선봉에 서있다"며 "강력하고 근대적인 국가는 법치주의나 책임정부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을 때 보다 완벽한 폭정체제가 될 수 있음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검사장을 지낸 한 법조계 인사는 "총장의 거취는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이처럼 무도하게 검찰 조직을 무너뜨리면서 총장을 내쫓겠다는 것을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는 "독직폭행으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는 직무배제도 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수장을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직무정지를 한다는 것은 물러나게 하기 위한 핑계란 걸 국민들이 모두 안다"며 "제시된 징계 사유들의 타당성을 따져볼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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