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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길우 人사이트] "문재인 아우라는 노무현의 반사광…비전도 철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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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까기 논객' 진중권…"文정권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

새벽 5시까지 글 쓰고 편의점 김밥으로 점심, 홀로살기 익숙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독립서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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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그의 꿈은 독특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태어나 스핏파이어를 조종하는 것이다. 스핏파이어는 불멸의 전투기로 불린다. 당시 수적으로 우세한 독일 공군을 제압한 신예기로, 영국을 독일로부터 구했다. 날개 끝이 유선형으로 가장 아름다운 전투기로 불린다. 꿈이 과거에 태어나는 것이니 현생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면허는 없어도 경비행기 조종 면허는 있다. 자동차는 없지만, 경비행기는 소유하고 있다. 재킷도 평소 항공점퍼를 입는다.

그는 독보적인 정치비평가다. 그가 현 정부에 대해 SNS에서 날리는 한마디 비평은 그대로 기사가 된다. ‘진중권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한때 <미학 오딧세이>라는 책으로 이땅의 젊은이들에게 미학의 신천지를 열어주었다. 한때 박정희를 비판하는 <네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책을 펴내며 극우세력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논객이었다. 민주노동당 창당을 했지만 탈당했다. 이제는 이 땅에 진보세력은 몰락했다고 외친다. 진보세력과 문재인 지지세력들로 부터 ‘극우 논객’으로 불리며 변절했다는 공격을 받는다. 과연 진중권씨(57)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그가 추구하는 세상은 무엇이고, 왜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끈질지게 세상과 싸우는 비평을 하는 것일까? 그의 꿈이 과거에 태어나, 영국의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처럼, 하늘을 날며 모두의 머리 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 어릴 적 꿈은 비행기 조종사…출연료 모아 중고 경비행기 구입
얼마전 ‘조국흑서’로 불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저자로도 참여했던 진씨는 최근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라는 책도 펴냈다. 제목이 자극적이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만난 진씨는 세상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리곤 속사포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의 꿈이야기부터 했다.

“비행기 조종사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어릴 때 김포공항 근처에서 살았다. 공군기지가 있었는데, 미군 공군 블랙이글스팀 훈련도 보았고, 점보 747이 착륙하는 장면도 보았다. 마치 한 마리 큰 학이 내려앉는 것 같아 감동받았다. 독일 유학 중에 경비행기를 보았는데, 탐이 났다. 가격이 10만마르크, 우리돈으로 6000만원 정도였다. 언젠가 사서 몰겠다는 꿈을 꾸었다. 2006년에 방송진행하면서 출연료를 모아 중고 경비행기를 샀다.

“비행기를 조종하면 어떤 기분이 드나?”
-영어에 에어본(air born)이라는 단어가 있다. 활주로를 달리며 관제탑과 통신하다가 딱 이륙하는 순간인데, 하늘에서 태어나는 느낌이다. 번거로운 일에 휩쓸려 있다가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세상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뭐 그렇게 아등바등 싸우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

“일상 생활이 남다르다.”
-별 재미 없이 그냥 집에서 지낸다. 새벽 4~5시까지 글 쓰고, 잠이 들어 오전 10~11시쯤 일어난다. 편의점 가서 1500원짜리 김밥 하나 사서 제로콜라와 점심으로 때운다. 요즘은 스페인어를 학원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일본어도 작년부터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7년 전 입양한 고양이 루비와 함께 산다.

“사는 것이 외롭지 않나?”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전화 왕래하는 이들은 5명 정도이다. 외로운 것을 모르고 산다. 누나들과도 연락 안한 지 몇 년 됐다. 시인 김갑수씨를 만났더니, 큰누나가 안부 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독일사는 아내와 아들과도 20년 떨어져 살고 있다.

“본인의 페르소나(가면)는 강하다. 실제 어떤 성격인가?”
-사람들이 안 믿는데, 무척 내성적이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누굴 만나더라도 오래전부터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잘하는 정재승 교수 같은 분이다. 사회적 지능이 발달한 사람이 제일 부럽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답을 아는 학생 손 들라고 하면 아는데도 손을 못 들었다. 혈액형은 O형이다. 혈액형 믿을 게 못된다.

◇ 나는 같은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가버렸다
“진보주의자이고, 독재정권에 대해서 강렬한 비판을 한 논객으로 각인이 됐는데, 지금은 진보세력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논객이 됐다.”
-나는 같은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가버렸다. 심지어 정의당마저. 정의당의 상징이 데스노트였다. 여야가 싸울 때 심판의 역할의 기준이 됐던 데스노트인데, 그것이 사라졌다. 민주당은 거의 수구세력으로 가버렸다. 그들이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같은 거악(巨惡)과 싸울 때는 그들이 가진 악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이 권력을 잡으니까, 부정적인 면이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내가 순진했다.

“요즘은 페이스북 통한 정치 관련 코멘트를 주로 한다.”
-내 페이스북은 팔로워는 3만5000명 정도다. 페이스북 장점은 긴 글을 쓸 수 있고, 친구들이 올린 글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요즘 각종 매체에 인터뷰를 거의 안한다. 방송 출연료를 많이 준다고 해도 안 나간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객관성과 보편성과 합리성. 그리고 우리사 회에서 심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비록 소수이지만, 그런 사람들끼리 도란도란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사회 갈등 심해졌다고 생각하나?”
-갈등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갈등은 있어야 하고, 예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갈등은 과거의 갈등과 다르다. 옛날엔 팩트는 공유하고, 해석이 달랐는데, 지금은 팩트를 놓고 싸운다. 예컨대 증거인멸이냐, 보존이냐 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가 두 개가 된다. 동일한 나라, 동일한 공간에 살면서 두 개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표창장이 가짜인 세계가 있고, 진짜인 세계가 있다. 중간이 없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팩트를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이면 의사소통이 안된다. 우리가 수학적 게임을 하려면 2+2=4라는 것을 합의해야 하는데, 합의가 안된다.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소통이 안되면, 남는 건 싸움뿐이다.

◇ 가짜를 진짜로 믿게 하는 정치인, 편가르기 올인
“대안적 사실을 조작했다고 하는데, 일반 대중이 믿는 이유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가상현실은 내가 육체를 가지고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고,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을 중첩시키는 것이다. 닌텐도 게임기로 테니스 칠 때는 진짜 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이런 인터페이스에 대중들이 익숙하다. 가짜를 진짜로 받아들이는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것을 정치인들이 이용한다. 트럼프 같은 보수 우익들이 잘 이용한다. 선거 끝났는데도 아직도 가짜뉴스(페이크뉴스)를 올려서 패배를 인정 안 하고 있다. 문제는 대중이 이제는 가짜, 진짜를 따지고 싶어하질 않는다. 내 편이 되고, 재미를 주면 된다. 나를 편하게 해주면 된다. 지지자의 절반만 믿게 한다. 트럼프 지지자 절반 정도는 정말로 부정선거라고 믿을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안 중요하다. 트럼프 지지들에게 진 것이 아니고 당한 것이다는 명분을 주면, 그들은 철학적으로 ‘에포케(판단 중지)’상태에 빠진다. 존재론적으로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 중지한 상태에서 트럼프를 계속 지지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표창장을 믿고, 조국도, 추미애도 믿는 것 같다.

“그럼 대중이 우둔한 것인가?”
-자기들의 정치적 욕망이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풀리지 않는 욕망이 있고, 거기에 투사해 그것을 믿어 버린다. 진실을 보도하면 안 보고,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하면 본다. JTBC의 신뢰도가 1위였는데 조국사태 거치면서 절반으로 꺾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언론에 충실하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1위로 치고 올라가는 것은 김어준 방송이다.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해주기 대문이다. 괴벨스가 ‘대중들은 구질구질한 삶에 충분히 지쳐있다. 대중들이 요구하는것은 진실이 아니라 멋진 판타지’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진보는 어떻게 몰락했는가’라는 책을 썼다. 진보의 도덕성이 몰락했다고 했다.”
-옛날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돼 발각되면 일단 사과했고 반성했다. 하다못해 사과하는 척이라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한다. 도덕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자기들이 걸리게 된 것은 검찰 탓이고, 법원에서 유죄판결 나면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다. 비리를 보도하면 언론이 문제라고 한다. 자기들 빼고는 모두 개혁대상이다. 예컨대 표창장이 진짜인 대안세계를 만들어서 자기 지지자를 거기로 옮겨놓는 전략이다.

◇보수세력은 자신들이 주류라 착각…전략적인 지형 변화에 둔감
“이 땅의 주류세력이 바뀌었다고 보나?”
-바뀌었다. 이전엔 여당과 야당 나뉘는 연령대가 40대였다. 지금은 50대 후반이 됐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이제는 소수가 됐고, 고령화됐다. 우리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왔다. 보수주의자들은 농업 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올 때 느꼈던 경외감이 박정희에 대한 찬양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넘어오면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왔다. 지금 디지털 경제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민주당 지지층이다. 옛날엔 영남과 서울 강남의 연합이었다, 산업화 주역이 강남에 모여 살고, 대부분 영남사람이었다. 호남사람들은 대부분 강북으로, 서울 주변으로 갔다. 이젠 거꾸로 됐다. 보수정당 사람들이 아직 이 변화한 상황을 모른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이 옛날엔 자기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상대를 빨갱이로 몰면 됐다. 이젠 빨갱이라고 해도 안 무서워한다. 마이너리티 전략 펴야 하는데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착각한다. 각종 선거에서 4번 졌다. 단순한 전술의 실패가 아니라 전략적인 지형의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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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9일 오후 뉴스1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공점퍼를 입었다.©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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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실망이 크다. 문재인 아우라는 자신의 아우라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반사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다. 기대감도 있었다. 이분의 철학이 노무현 철학을 계승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철학이 없다. 김대중은 비전이 있었다. 한국사회 수평적인 정권 교체를 했고, 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민주주의는 전인류의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빨갱이 소리 들으면서 남북대화에 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보화사회에 필요한 위계구조, 즉, 위계적 소통을 수평적 소통으로 바꾸었다. 민주주의를 심화시켜야 하는 것이 정권 한번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비전도, 철학도 없다. 대통령직에 윤리적 기능이 있다. 국민을 대표해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조국사태 때 윤리적으로 두 쪽이 났다. 이럴 때 대통령이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지금 주류인 586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들이 문제다. 민주당의 정체성 만든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고 이를 보완한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때 586은 386이었고, 그분들의 통제 밑에 있었다. 이제 당의 주류가 됐다. 이 사람들이 반자유주의적인 입법을 하면서도,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른바 주류들이, 노무현을 두 번 죽였다고 최근 낸 책에서 이야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비리가 아니라 가족비리인데 끌어 안았다. 그리고 나를 버리라고 했다. 그것은 진보를 살리란 이야기이다. 유서에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원한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이용한다. 대중의 트라우마를 이용한다. 노무현 정신을 다 밟아버리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외쳤는데, 반칙과 특권이 세습화되는 세상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은 그의 육신을 죽였는데, 친구는 그의 정신을 죽였다.

◇ 조국사태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과정이라도 공정했으면
“젊은 세대에 대한 우려는 무엇인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민주당이 잘못하면 민주당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들, 국민의힘을 지지하더라도 그들을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시민사회 구축이 중요하다. 지금의 젊은 세대인 2030은 586세대에 대해 적대적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화두가 바로 ‘능력주의(메리토클라시)’이다. 최근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386세대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나쁜 아버지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폭력적인 나쁜 아버지였지만 집안을 먹여살렸다. 아파트 사줬고, 직장도 줬다. 우리는 데모하고 감방 갔다 와도 취직 못한 사람이 없다. 감방 갔다 오면 오히려 더 영전했다. 간혹 취직 못한 사람은 다른 쪽으로 나가서 디지털 경제의 선구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조국 사태를 보면 공정하지 않다. 평등하지 않다. 아빠 찬스를 쓴 것이고, 공정을 깨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건 운명이고,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기에 결과의 평등 믿지 않는다. 남는 것은 과정이다. 과정의 공정성만 지키면, 시험이라도 봐서, 그래서 진다면 인정하겠다고 한다. 능력주의가 애초부터 불공정하고 여기는 젊은이들은 어떻게 끌어안아 진보를 재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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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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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시민사회 관점에서 유일한 관심사는 법에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를 지키게 해야 하고, 검찰총장의 임무는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하는 것이다. 권력비리를 검사가 수사하면 당연히 권력에서 공격이 들어오게 되고, 외압으로부터 수사검사를 보호해 주는 것이 검찰총장의 임무다. 검찰총장은 어떤 수모를 당하든지 끝까지 가야 한다. 그것이 시민사회에서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대통령에 출마하든 말지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타인의 헌법적 권리에 대해서 그 사람이 얘기도 하기 전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건 주제 넘는 짓이다.

“차기 대권후보는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정권은 공정성을 무너뜨렸고, 통합이 아닌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기술이 정치다.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나중에는 타협하고, 가장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586 정치인들은 운동권이다. 정치의 본질을 적군과 아군을 가려내 적군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상대가 하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때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쳤다. 모든 짐은 간호사가 졌다고 하면서 의사를 고립시켰다. 공정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에 통합이다. 바이든도 ‘나를 찍어준 사람뿐만 아니라, 나를 찍지 않은 사람들까지 대변하곘다’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 현실정치에 뛰어들 생각 전혀 없어…누군가는 소를 키워야 하니까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별명이 있다.”
-잘못하면 어느 쪽이나 까는 것이 당연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진영논리, 집단주의에 묶여 있다. 집단에 속해 있으면 편하고, 그 집단과 자기가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힘들어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배제한다. 그런 학습효과를 어렸을 때부터 받아서 진영논리에 매우 익숙하다. 내가 꿈꾸는 것은 카를 마르크스가 말한 ‘해방된 개인의 자유로운 결사’가 가능한 사회이다. 정당의 노예가 아니라, 정당의 주인이 돼야 한다. 내 견해를 다수의 견해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소수의 견해도 존중할 줄 아는 사회다. 나에게 모두까기 인형이 별명으로 붙는 것은 비정상이다. 아직 우리 사회의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현실정치에 직접 뛰어들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남에 대해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욕망도 흥미도 없다. 정치가들은 다름 속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기술인데. 우리 같은 논객은 같다라고 하는 것 중에서도 섬세한 차이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다. 완전히 다른 재능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직업을 기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분으로 본다. 그 정점에 국회의원이 있고,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손석희 사장이 말한 것처럼 ‘소는 누가 키웁니까’이다.
kichen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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