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취재후 Talk] 文 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왜 침묵하나?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V조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드디어 칼을 빼 들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치를 명령한 겁니다.

사유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조국 전 장관 사건등 주요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사실,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 및 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총장 조사 관련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사실, 정치적 중립에 관한 총장으로서 위엄과 신망 손상 등 이루 헤아릴수가 없습니다.

추 장관은 직무정지를 명령하기에 앞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자신의 결단(?)을 알렸다고 합니다. 야당에서는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왜 침묵하느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라리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던지면 될 일 아니냐는 겁니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2년이 보장되지만 임명권자의 퇴진 요구를 거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문 대통령, 윤석열 전격 발탁..."권력에 엄정해달라"

그러나 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여러 해석이 있지만 결국 문 대통령이 모순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우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전격 발탁한 것이 문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이후 이번 정부는 서울지검장의 자리를 고검장에서 지검장으로 격하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장에 임명됐습니다. 관례대로 하면 고검장급이 검찰총장 후보군이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검장에서 곧바로 검찰총장으로 직행했습니다. 임명권자의 전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 국민들 희망을 받으셨다"며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기까지 했습니다.

■ 청와대 참모진, 윤석열 반대했다는 후문

하지만 당시 얘기를 들어보면 많은 청와대 참모들이 다른 후보를 강력 추천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좋게 말하면 원칙주의자, 나쁘게 말하면 컨트롤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참모들의 조언에도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원 정치 개입 수사를 정치권력에 굴하지 않고 진행했다는 데에 큰 점수를 주고, 총장으로 낙점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얘기들을 청와대에서는 부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임명권자는 문 대통령입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 판단이 틀렸다는 자기 부정이 될 수 있습니다.

■ 문 대통령, 이순진 전 의장 '장관 후보' 검증도 지시?

이런 뒷얘기를 들었던 저는 얼마 전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국방장관 후보군으로 올랐을 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였던 김유근 청와대 1차장이 민정수석실 검증에서 탈락한 뒤에 마땅한 후보군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갑자기 후보군으로 떠올랐고, 문 대통령이 의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물론 이순진 전 합참의장은 합참의장을 그만 둘 때는 더 이상의 공직은 싫다고 손사래를 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으니 또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순진 전 합참의장 퇴임식때 '순진 형님'이라고 부르며 항공권을 선물할 만큼 친근감을 표시할 정도였으니 문 대통령이 이 전 의장을 염두에 뒀다가 검증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9부 능선에서 넘어진 이순진 전 합참의장

어찌됐든 이순진 전 합참의장은 검증을 통과하고 임명을 눈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이순진 전 의장이 국방장관 관사를 찾아 정경두 장관을 만났다거나 국방부에서 이순진 전 의장을 찾아가 사전 브리핑을 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론은 서욱 육군참모총장이었습니다. 당시 서욱 총장은 장관 발표 날 오전에서야 내정 소식을 전해 들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방부 기자들은 사실상 막판에 뒤집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유는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이 정부가 적폐로 규정한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재판정을 찾아 응원한데서 찾았습니다.

■ 윤석열 학습 효과?

이런 얘기를 들은 저는 ‘학습 효과’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문 대통령이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밀어 붙였고, 결론은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조국 사태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으로 돌아왔습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렇게 밀어 붙인 인물을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모순에 빠진 것이죠.

이런 모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장관 임명 때는 막판에 자신의 뜻을 꺾고 주변의 말을 귀기울여 들은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전적으로 그동안의 취재를 바탕으로 한 추정입니다. / 안형영 기자

안형영 기자(truestory@chosun.com)

-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