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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위기의 제주관광] ③ 제주 관광 콘트롤타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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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자연재해·범죄·가짜뉴스 '악순환' 관광 불안 요소 됐다

관광공사·관광협회 역할 재정립 필요…"관광청 설립 대안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편안하고, 안전한 제주 관광'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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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안전지대는 없다"
(제주=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각종 질병과 자연재해, 강력범죄, 가짜뉴스 등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제주 관광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각종 관광 현안을 통합 관리할 관광 콘트롤타워의 존재 여부다.

◇ 편안하고 안전한 제주?

제주 관광 산업은 수많은 위기와 극복의 연속이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양한 국내외 정치·사회·경제·환경 변화가 제주 관광의 변수로 작용했다.

태풍과 폭설 등 각종 자연 재난은 물론 질병, 정치·외교 문제, 국내 강력범죄, 가짜뉴스 등이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2017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연이어 제주 관광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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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모습의 제주 누웨마루 거리
(제주=연합뉴스) 코로나19 공포로 인해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외에도 2012년 7월 발생한 '올레길 살인사건', 2016년 9월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음식점 주인 집단폭행 사건', 2018년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등 관광객과 관련한 강력범죄가 발생해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또 2016년 1월 32년 만의 폭설로 제주공항이 45시간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해마다 여름과 가을에는 태풍으로 인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8 지역 안전지수 조사 결과 제주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범죄'와 '생활안전' 분야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실제로 각종 자연 재난과 강력범죄가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관광공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제주 입도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고, 각종 자연재해로 인해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면서 관광객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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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체류 허가 받은 예멘인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 큰 문제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각종 괴담을 섞은 가짜뉴스다.

지난 2012년 올레길 살인사건 당시 '중국에서 온 조선족 9명이 제주에서 여자 2명을 납치했다'는 괴담이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급속히 퍼져 논란이 됐다.

올레길을 혼자 탐방하던 4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 직후 이 같은 괴담이 확산한 터라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예멘 난민 이슈가 한창이던 2018년 당시 인터넷을 통해 떠돌던 '제주 연쇄 실종' 게시물은 대표적 가짜뉴스였다. 예멘 난민이 제주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후 한 달간 6건의 여성 변사체가 발견되는 등 제주가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진 가짜뉴스는 결과적으로 제주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관광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다양한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제주'라는 이미지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제주 관광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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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관광 콘트롤타워 부재

제주 관광 산업을 책임지고 통합 관리할 관광 콘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에는 관광과 관련해 제주도 관광국과 제주관광공사 등 공공조직, 그리고 제주도관광협회로 대표되는 민간조직이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다양하다.

입도 관광객 통계 등 관광 빅데이터 구축, 관광 정책 수립과 실행, 각종 관광 위기 대응, 대외협력, 홍보, 마케팅 등이다.

하지만 기관별로 중복된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언론과 제주도의회, 관광업계 내부에서 오랜 기간 제기됐다.

관광국 내 주무 부서인 관광정책과는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해 예산 배분을 통해 관광공사와 관광협회 등에 위탁·대행사업을 맡긴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질적인 업무는 관광공사와 관광협회 등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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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이들 기관이 한정된 마케팅 예산을 나눠 중복적으로 집행하다 보니 수요 분석을 통한 체계적인 홍보·마케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상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국내외 마케팅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 관광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업무협조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

도와 관광공사, 관광협회 이외에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컨벤션뷰로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광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자료가 되는 입도 관광객 통계를 관광협회가 도맡아 집계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 기관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다 보니 관광객 통계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신뢰성 역시 떨어진다는 평가다.

심지어 현재 집계되는 관광객 통계는 항공기 이용객의 월별 관광객 비율을 산정해 일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정확하게 분리해 산출한 데이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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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찾는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대부분의 업무가 민간위탁과 대행사업으로 이뤄지면서 책임 있는 업무수행과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관광국이 실질적인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관광공사와 관광협회의 역할 재정립, 도내 관광업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관광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주도의회와 관광업계 등에서 나온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공사와 관광협회의 역할 문제 외에도 관광생태계가 다양해지면서 농어촌 관광, 스마트 관광 등 다양한 관광 정책이 관광국이 아닌 해양수산국이나 미래전략국 등에서 따로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관광 콘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광 콘트롤타워를 갖추기 위해 하나의 대안으로 관광선진국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관광청을 벤치마킹해 볼 수도 있다"며 "제대로 된 주 수입원만 확보된다면 제주만의 관광정책, 전략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관광청 개념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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