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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젠 괜찮겠지” 시들해진 ‘NO재팬’… 무역적자 다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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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해 8월 초 일본이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아베 정권을 규탄했다. 사진은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일본산 제품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16년 만에 최저치로 줄었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불매운동 기간 표적이 됐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871대를 팔아치웠고,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을 사기 위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 일본 불매운동 기간이 장기화함에 따라 그 열기가 시들해져 앞으로 무역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65억6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 164억2000만달러보다 1억4000만달러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우리가 일본에 수출한 물량은 작년보다 13.0% 감소한 206억3000만 달러였고,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물량은 7.3% 줄어든 371억9000만 달러였다. 수입보다 수출 감소폭이 더 컸다.

일본은 한국의 무역 적자국 1위로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해마다 200억∼3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내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일었고 일본산 수입이 크게 줄어 연간 무역적자는 2003년 이후 최저치인 191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됐으나 하반기 들어 일본으로의 수출 감소 폭은 커진 반면, 일본산 수입 감소 폭은 둔화하면서 무역적자가 다시 벌어졌다.

대 일본 수출 증감률(금액 기준)은 3월 0.1% 증가에서 4월 3.0% 감소로 돌아선 뒤 6월 -10.2%, 7월 -11.9%, 8월 -13.0%, 9월 -12.4%, 10월 -13.0% 등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일본산 수입 증감률은 지난 1월 -21.9%였다가 7~8월 -9.6%로 둔화한 뒤 9월 -8.6%, 10월 -7.3%로 점점 완화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일본산 소비재 수입도 조금씩 회복되는 조짐이다.

일본 재무성이 이달 18일 발표한 10월 무역통계를 보면 일본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은 작년 10월보다 90%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렉서스는 국내에 신차 871대를 팔아 작년 10월보다 판매량이 91.0% 늘었고, 도요타는 35.5% 늘어난 553대를 판매했다.

이달 13일에는 유니클로가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신상품을 내놓자 서울 명동 등 일부 매장 앞에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일본 맥주도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대한 공급가격을 낮추는 등 불매운동이 시들해진 틈을 타 한국 시장 재탈환에 애쓰고 있다.

업계에선 내년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 일본과 교역량도 점차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양국은 RCEP 체결로 인해 간접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효과를 얻게 된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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