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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한국 온 中 왕이 들으란 듯... 美국무부 “6·25는 북 남침 때문”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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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수석부대변인, 장진호 전투 70년 맞아 트위터에 게시물 5개 올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방한 중인 가운데 케일 브라운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25일(현지 시각) 장진호 전투 70년을 기념하는 글을 올리며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최근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로 부르며 역사 왜곡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미국이 거듭 중국의 주장에 공개 반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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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 브라운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2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올린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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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게시물 5개를 연속으로 올리며 “장진호 전투 70년을 맞아 우리는 장진호에서 싸운 한국과 미국 장병들, 유엔군 2만 6000명을 기린다”며 “그들은 영웅처럼 적의 전선을 뚫고 흥남항에 대피한 피란민 9만 8000명을 구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념일은 몇 가지 사실을 인정하게 한다.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남침하면서 1950년 6·25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됐다 2주 만에 극적으로 철수에 성공한 전투다. 미 전쟁사에서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평가받는다. 이 전투로 중공군의 흥남 진입이 지연돼 미군의 흥남 철수 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은 중국 정부의 역사왜곡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 교과서들은 한국전쟁을 (북한의 남침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내전 발발’이라고 기술한다”며 “중국 당국자들과 언론, 심지어 교사들은 여전히 한국전쟁을 ‘미국의 공격에 저항하고 한국을 지원한 전쟁’으로 부른다”고 했다. 이어 “70년간 중국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인에게 한국전쟁을 호도해왔다”며 “마오쩌둥은 북한의 남침을 도왔으나 동맹과 함께 주권과 자유를 수호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사실과 반대로) 선전한다고 해도 진실을 묻어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을 ‘조선 내전 발발’로 표현한 중국 교과서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장진호 전투 때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병사의 사진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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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수석대변인은 북한·소련이 남침 전에 중국의 동의를 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션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역사학 교수의 영어 논문을 링크하기도 했다. 6·25 전쟁과 냉전사(冷戰史) 분야 권위자인 션 교수는 6·25전쟁에 대해 설명하면서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으로 6·25의 중국식 표현)의 정당성을 부정한다는 신고를 받아 강의가 중단되고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의 발언은 최근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에 대해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해 발생했다는 걸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 것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3일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6·25전쟁을 “미 제국주의 침략 확장을 억제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외교부는 6·25 전쟁이 남북 간 내전이라고 주장했고, 중국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북한의 남침을 부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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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육아휴직으로 인해 국무부 대변인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도 지난달 25일 “중국 공산당은 70년 전 6·25전쟁이 그저 ‘발발했다’고 주장한다”며 “사실은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의 지원을 받아 남한을 침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시 주석의 역사왜곡 발언 이후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6·25전쟁 역사 왜곡’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에 “제반 사항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6·25는 중국 지지를 받은 북한의 남침으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외교부가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 등 단기 외교 성과에 매달리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에 아무 말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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