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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금융비리 및 성범죄 수사 직면’ 트럼프, ‘셀프 사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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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사면할 절대적 권한 있다”

퇴임 뒤 금융비리 및 성범죄 혐의 수사 등 직면

주 차원 범죄는 연방 차원 사면권 적용안돼

법무부, ‘본인 사건에 판사될 수 없다’ 부정적

펜스에 대통령직 넘기고 사면 받는 꼼수도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룸에 있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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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퇴임 전에 스스로를 사면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완전히 사면”함으로써, 퇴임 전에 각종 사건들에 연루된 측근들에 대한 사면을 추가적으로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 종착점은 각종 금융 비리 및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자신에 대한 사면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셀프 사면’이 그의 임기를 마치는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주검찰 등은 현재 트럼프와 관련해 각종 금융비리 및 성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범죄로 기소될 수 없는 탓에 트럼프가 직접적인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그의 회사와 측근들은 이미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역시 현직에서 퇴임하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선제적 사면과 관련해 측근과 가족들에게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가령 2018년에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종결된 뒤 이에 관한 의견을 밝힌바 있다. 그는 “많은 법학자들이 밝힌대로, 나는 내 자신을 사면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그렇게 하겠냐?”고 말했다.

그가 말한대로 사면은 잘못한 것이 없으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즉, 사면을 한다는 것은 죄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면권 행사 자체가 스스로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시엔엔>(CNN)의 법률 분석가인 엘리엇 윌리엄스는 “사면은 사실상 범법 행위나 기소될 수 있는 범죄가 일어났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스스로를 사면하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모든 혐의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그대로 믿어주는 탄탄한 지지층이 있는 트럼프가 이런 명분 훼손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셀프 사면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다.

대통령이 자신을 스스로 사면할 수 있느냐는 법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그에 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데다, 전례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관해 법무부가 의견을 낸 적은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자기 사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1974년 사임을 밝힌 닉슨 당시 대통령의 사임에 앞서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판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근본적인 법규에 따라서 그 문제는 부정적으로 답해져야만 할 것으로 보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결국 닉슨에 대한 사임은 그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이 단행했다.

트럼프가 연루된 대부분의 사건들이 주 검찰들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주 차원의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사면은 연방 차원의 범죄에 적용된다.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그 관계를 밝히지 말라는 입막음 돈을 제공한 사건이나, 트럼프재단의 금융비리 사건 등은 주 검찰에 의해 수사중이며 주 법원에 다뤄진다.

물론 대통령의 사면권이 적용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사건도 있다. 7290만달러의 연방 세금을 부당하게 환급받았다는 사건은 국세청이 관여돼, 연방 차원의 범죄다. 트럼프의 사면권이 행사될 수는 있다.

꼼수가 없지는 않다. 닉슨에 대한 사면을 원용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임기 전에 사임하면,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대통령직을 물려받고는 트럼프를 사면하는 것이다.

이는 펜스에게는 큰 정치적 부담이다. 포드는 닉슨을 사면해줘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펜스의 트럼프 사면은 포드의 닉슨 사면보다도 더 정당성이 없다. 펜스로서는 차기 대통령의 꿈뿐 아니라 아예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조처다. 대통령직 승계의 대가로 사면을 해줬다는 주장이 나오면, 펜스는 수뢰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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