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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명장들의 무덤' 한화는 왜 사상 첫 외인 감독을 뽑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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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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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구단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에 선임된 베네수엘라 국가대표 감독 출신 수베로 감독.(사진=연합뉴스)


구단 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한 한화. 지난해 베네수엘라 국가대표 감독과 메이저리그 밀워키 코치를 역임한 카를로스 수베로(48) 감독이다.

한화는 27일 수베로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6월 자진 사퇴한 한용덕 전 감독을 이어 독수리 군단 지휘봉을 잡게 됐다.

수베로 감독은 정민철 단장이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면접을 진행해 선임했다. 귀국 뒤 2주 자가 격리도 감수하면서 영입한 인사다.

외인 감독 영입은 변화에 대한 한화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시즌 뒤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한 만큼 재창단 수준의 리빌딩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한화 구단도 수베로 감독 선임에 대해 "팀 운영 철학이 젊고 역동적인 팀 컬러를 구축하고자 하는 구단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그동안 명장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국민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보좌역과 한국시리즈(KS)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야신' 김성근 전 감독까지 나섰지만 2007년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소외됐다.

성적을 위해 막대한 자금도 쏟아부었다. 2013시즌 뒤 정근우(은퇴)를 70억 원(이하 4년 계약), 이용규(키움)를 67억 원에 데려오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뛰어든 한화는 2014시즌 뒤 송은범(LG)을 34억, 권혁(은퇴)을 32억, 배영수(두산 코치)를 3년 21억 5000만 원에 영입했다. 2015시즌 뒤에는 정우람을 84억에 영입했고, 김태균과도 84억 원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명장과 FA 영입에도 성적은 나지 않았다. 특히 김성근 감독 시절에는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해 베테랑을 영입하고 유망주를 내주는 트레이드까지 수 차례 단행했다. FA 보상 선수로 유출된 젊은 선수들까지 팀내 자원들이 고갈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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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시즌 뒤 김성근 감독의 한화 사령탑 취임식 당시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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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뒤를 이은 한용덕 감독이 2018시즌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시즌만 반짝했을 뿐 2019년 9위로 추락했고, 올해도 KBO 역대 최장 타이인 18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최하위에 허덕였다. 주전들의 노쇠화 속에 아직 여물지 못한 젊은 선수들로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한화는 한 감독 사퇴 뒤 팀 운영 방향을 분명히 했다. 최원호 감독 대행 체제 하에 실수도 많고 미숙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다. 최 대행은 시즌 목표에 대해 "지더라도 경쟁 체제 안에서 서로 기량 발전을 이루고 끝까지 강한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뒤 고참 선수들도 대거 정리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투수 윤규진, 안영명, 김경태, 이현호와 포수 김창혁, 내야수 송광민, 김회성, 박재경을 비롯해 외야수 이용규, 최진행, 정문근까지 방출했다. 한화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집중 육성 대상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화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당초 국내 감독 후보들과도 면접을 진행했지만 선택은 외인이었다. 그동안 순혈주의라는 지적도 적잖게 받았던 한화인 만큼 지연, 학연 등을 넘어 실력으로만 선수들을 평가할 토대가 마련됐다.

한화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수베로 감독의 팀 운영 스타일 역시 현장 데이터 활용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구단의 변화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름값이나 경력보다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단이 운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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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트레이 힐만 전 감독.(사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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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KBO 리그에 외인 감독은 3명이 있었다.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롯데를 이끈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화끈한 공격 야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며 각광을 받았다.

2017년 SK에 부임한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2018년 KS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 KIA를 이끈 맷 윌리엄스 감독도 비록 가을야구는 무산됐으나 신선한 야구를 펼쳤다는 평가다. 한화가 구단 사상 최초로 외인 감독을 선임한 배경이 될 만하다.

수베로 감독은 내년 1월 입국해 팀의 스프링캠프를 이끌 예정이다. 2018년 반짝했다가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한 한화가 구단 첫 외인 사령탑의 지휘봉 아래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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