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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검언유착' 수사 검사 "검찰개혁의 진정성,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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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이욱재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하나로 언급된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지휘에 관여한 현직 검사가 “현 정권과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진정성은 쓰레기통에 처박힌지 이미 오래”라며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파우스트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동료들에게 당부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1기)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혐의 중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점에 대해서는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사지휘 실무를 맡은 책임자로서 검사의 양심을 걸고 징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만일 혐의가 성립된다면 총장님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저 또한 부당한 지휘감독권 남용에 대한 조력자인 셈이니, 저 또한 징계 해주시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 부장검사는 “이번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의 의미는 명백하다. 현 정권과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진정성은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이미 오래됐다”며 “이는 비단 총장님 개인에 대한 직위 유지 여부의 문제도 아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한 검사들을 제거하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싹을 자르겠다는 경고”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간 일련의 과정을 되돌이켜 보면 가히 검찰농단이라고 칭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침묵하고 묵인한다면, 언젠가 그 칼날은 검사 개개인에게도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에게 닥쳐오는 불법과 불의에 눈감는 검사가 어떻게 타인의 불법을 단죄할 수 있겠느냐”며 “역사는 작금의 상황을 검찰이라는 국가의 핵심 사정기관을 정치로 덮어 그 중립성을 침해하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항거한 사람들로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장검사는 “이번 기회를 빌어 선후배 검사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양심(professional integrity as jurist and prosecutor)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검사로서 행동하는 가장 중요한 준거기준은 상사의 지시나 ‘네편, 내편’ 같은 진영 논리, 좋은 보직, 출세가 아니라 오로지 법과 원칙, 합리적 이성, 그리고 자아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양심의 소리”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 부장검사는 “향후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참석하게 될 검사님들을 비롯한 모든 검사님들께서 가족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양심에 따른 소임을 다해주셨으면 한다”며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파우스트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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