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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럼프 "다음주부터 백신 배송"…美 드라이아이스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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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생산량 감소에 부산물 '드라이아이스'도 덩달아 줄어

영하 70도 초저온 화이자 백신 수송에 필수품

보관 중에도 5일마다 드라이아이스 교체해야

'기화' 특성탓에 지역별 공급부족 편차 커질 듯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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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부터 미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송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배송을 위한 필수품인 '드라이아이스' 품귀 우려가 커지면서 배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음달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화이자의 백신은 배송기간 동안 영하 70도 이하 초저온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드라이아이스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4월 이후 드라이아이스의 생산량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을 맞아 해외 주둔 미군들과 가진 화상통화에서 "코로나19 백신 배송이 다음주나 그 다음주에 시작될 것"이라며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근로자들과 의료진, 노인들에게 먼저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신청한 화이자의 백신이 내달 10일 승인된 직후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이자 백신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선 드라이아이스가 필수다. 이 백신은 메신저RNA(mRNA) 기반으로 만들어져 약효 유지를 위해선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배송 이후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드라이아이스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각 접종구역에 설치한 백신 보관용 냉동고에서 매 5일마다 드라이아이스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백신 수송을 위한 드라이아이스의 공급부족 우려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수요는 폭증한 반면, 생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생산 감소 배경은 석유수요 감소와 관계가 깊다. 드라이아이스는 석유정제 과정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데,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 4월부터 미국 각지의 드라이아이스의 주 원료인 산업용 이산화탄소의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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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영컨설턴팅 기업인 어드밴스드 크라이오제닉스의 샘 러싱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이미 지역적으로 드라이아이스 부족현상이 시작됐다"며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차량과 항공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에탄올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드라이아이스 부족 우려는 이미 앞서 미국 압축가스협회(CGA)가 지난 4월초부터 제기한 바 있다. CGA는 당시 미국 육류업체들과 양조업자협회 등과 함께 연명으로 마이크펜스 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많은 제조업체가 코로나19 봉쇄조치 이후 냉장식품과 식음료 수요가 감소해 드라이아이스 등 냉매 원료인 산업용 이산화탄소의 생산을 중단했다"며 "안정적인 이산화탄소 공급원이 없다면 의약품과 식음료 수송이 어려워져 상품 부족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GA에 따르면 미국의 공업용 에탄올 생산업체들은 전년대비 20% 정도 생산량이 감소했고, 곡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 생산업체들은 60% 이상이 문을 닫았다.


드라이아이스 공급우려가 나타나자 화이자 백신 배송을 맡은 운송업체인 UPS는 드라이아이스 생산시설을 미국과 캐나다에 직접 짓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UPS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백신을 저장ㆍ운반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 드라이아이스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시간당 1200파운드(약 544kg)의 드라이아이스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 보급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폭증할 드라이아이스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생산설비 자체를 미 전역에 늘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리치 고트발트 CGA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과 캐나다의 드라이아이스 생산량은 약 3만~3만5000t 정도로, 그 자체만으로는 백신 수송에 필요한 양이 될 순 있다"면서도 "드라이아이스는 금방 기화가 되기 때문에 생산시설과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수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적인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량 증가와 생산시설 재배치 문제를 당국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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