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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추미애 "검찰의 판사 사찰에 충격... 권위주의 정권 불법사찰과 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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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서 사안 심각성 강조... "윤석열 사과없어 실망"
"검사들 입장표명 이해... 법에 따라 尹 징계절차 진행"
한국일보

추미애(왼쪽 사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 지 사흘 후인 27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윤 총장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세워둔 입간판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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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청구ㆍ직무집행정지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두고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법과 절차에 따라 (윤 총장의)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 징계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마이 웨이’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로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어 “검사들의 여러 입장 입장 표명은 검찰조직 수장의 갑작스런 공백에 대한 상실감과 검찰조직을 아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고검장과 검사장, 중간간부, 평검사 등 모든 직급의 검사들이 제각각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한목소리로 비판한 데 대한 나름의 응답이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윤 총장에 대해 징계청구 및 직무정지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한 충분한 진상확인과 감찰 조사 기간을 거쳐 징계청구에 이를 정도로 구체적인 명백한 진술과 방대한 근거자료를 수집하여 이뤄졌다”며 “비위를 확인한 때에는 반드시 징계청구를 하도록 규정한 검사징계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계 사유가 불명확하거나 중대하지 않고,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는 검찰의 비판에 수긍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이다.

추 장관은 특히, ‘판사 불법 사찰’ 의혹 문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긴급성 등을 고려해 직무집행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판사들에게 이념적 낙인을 찍고, 모욕적 인격을 부여하며, 비공개 개인정보 등을 담은 사찰 문서를 작성ㆍ관리ㆍ배포했다는 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며 “감찰결과를 보고받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전날 윤 총장 측이 해당 문건을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문건 작성이 통상의 업무일 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원과 판사들에겐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윤 총장과 그의 변호인을 비판했다. 그리고는 “검사들이 입장 발표에서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 대해선 아무 언급 없이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너무나 큰 인식의 간극에 당혹감을 넘어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며 “국민들과 함께 해 온 검찰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추 장관은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했다고 하여, 국민이 검찰에 헌법 가치를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한을 부여한 게 아님에도, 특정 수사 목적을 위해서 검찰은 판사 사찰을 포함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무서운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또, “판사 불법 사찰 문제는 징계ㆍ수사와는 별도로, 법원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사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 조직을 향해 “이런 일이 관행적으로 있었는지, 비슷한 문건들이 작성돼 관리되며 공유돼 왔는지, 특정 시기ㆍ특정 목적을 위해 이례적으로 작성된 것인지 등 숨김없이 진지한 논의를 해 국민들께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일선 검사들을 향해 “흔들림 없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각자 직무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글을 맺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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