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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울대 출신 변호사, 머슬퀸 깜짝 변신… “배 고픈게 너무 힘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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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마니아 참가 세 모녀 모두 입상

송서윤 씨, 어머니-동생과 동반 출전

운동-식단관리 고통 이겨내고 결실

“대회 끝나면 마음껏 먹자며 힘 냈죠”

동아일보

송서윤 변호사(오른쪽)가 10월 열린 머슬마니아 코리아챔피언십에서 입상한 뒤 어머니 유효숙 씨(가운데), 동생 서현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송서윤 변호사 제공.


“엄마가 나가는데 우리도 도전해 볼까?”

올 7월, 송서윤 변호사(27)는 어머니 유효숙 씨(54)가 보디 피트니스 대회인 머슬마니아에 출전하겠다고 하자 동생 서현 씨(23·서울대 소비자학과)와 함께 동반 참가를 선언했다. 그는 “어머니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를 이뤄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세 모녀는 나란히 전문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어머니 유 씨는 둘째(26)와 막내(14) 남동생까지 4남매를 키우면서 건강이 매우 나빠졌다. 특히 막내를 낳고선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기절을 두 번이나 하고, 이석증(耳石症)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막내를 초등학교에 보낸 뒤에 여유가 생긴 유 씨는 건강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집 근처 요가원에 다니며 요가 지도자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열심히 했다. 건강에 자신감이 붙자 근력운동을 병행한 유 씨는 자신의 상태를 머슬마니아 입상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이는 세 모녀의 머슬마니아 대회 동반 출전으로 이어졌다.

평소 운동을 즐겼지만 대회를 앞둔 3개월간 집중 훈련을 받은 세 모녀는 10월 25일 열린 머슬마니아 코리아챔피언십 대회에서 모두 입상해 큰 화제가 됐다. 유 씨는 피규어 부문 2위와 시니어 모델 1위, 송 변호사는 미즈 비키니 미디엄 2위와 커머셜 모델 미디엄 4위, 서현 씨는 미즈 미키니 미디엄 1위와 커머셜 모델 그랑프리를 각각 차지했다. 두 자매는 특별상인 비너스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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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7일 열린 머슬마니아 제니스챔피언십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송서윤 변호사. 머슬마니아 대회조직위 제공


준비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매일 퍼스널트레이닝(PT) 1시간에 개인 웨이트트레이닝 30분, 유산소운동 1시간 등 2시간 30분을 운동에 투자해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서는 워킹과 포즈까지 3∼4시간을 쏟아부었다. 식단 관리는 고통스러웠다. 근육이 선명히 드러나도록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대회 끝나고 먹자는 음식 리스트가 수십 개나 될 정도로 배가 너무 고팠다”며 “서로 의지하며 ‘이번에 참고 다음에 이것 먹자’며 힘을 냈다”고 털어놨다.

세 모녀 모두 좋은 성과를 냈지만 송 변호사는 만족하지 못했다. 석 달 이상 흘린 땀에 비해 자신의 성적이 아쉬웠다. 결국 운동을 2주가량 더 한 뒤 이달 7일 열린 머슬마니아 제니스 챔피언십에 다시 출전했다. 그리고 커머셜 모델 그랑프리, 미즈 비키니 2위를 차지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시 출전했는데 그랑프리를 차지하게 됐다.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며 활짝 웃었다.

송 변호사가 운동에 매진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다”며 “시간 쪼개서 운동하고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고, 수영을 배우고, 테니스를 쳤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요가원도 찾았다. 현재 그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운동 신경이 별로 없어 기술이 필요한 발레와 같은 것은 잘 못했다”며 “요가와 웨이트 트레이닝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학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갈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 변호사가 된 뒤에도 주 2, 3회 운동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노력은 건강뿐만 아니라 그의 생활습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운동을 잘하려면 스케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관리를 잘해야만 꾸준히 할 수 있다”며 “운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했고 이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존감도 더 높아졌다. 그는 “이제 법률가로 전문성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대회 출전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도 “평생 운동과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살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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