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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윤석열 사활 걸린 '판사 문건'···핵심은 비번 걸린 '법관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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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수사팀 "물의야기 법관 명단 공유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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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광주지방·고등검찰청을 찾아 청사에 들어서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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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프레임일까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일까.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이른바 '판사 문건'이 주목받고 있다. 조국 일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세평과 평가를 적은 대검의 문건을 두고 여권은 "불법사찰"(추미애 장관),"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낙연 대표)'이라 표현하며 윤 총장을 몰아붙인다. 반면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부장검사는 "공소유지를 위해 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참고해 만든 자료"라 반박했다. 일선 검사들은 "사찰이란 용어를 사용한 여권의 불법 프레임 씌우기"라 주장한다.

윤 총장의 변호인단도 향후 윤 총장의 직무배제 소송에서 이 '판사 문건'에 대한 재판부의 평가가 윤 총장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 보고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제기한 다른 혐의와 달리 이 부분은 문건이라는 객관적 자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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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하루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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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야기 법관 포함' 이 문장이 핵심



특히 이 쟁점 중엔 판사 문건에 등장한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 A판사에 대한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란 내용이 핵심이다.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라 불린 '물의야기 법관' 명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수사한 소수의 검사와 당시 법원의 문건 작성자를 제외하곤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서다. 법무부는 이 자료를 근거로 "판사 불법 사찰 문건에는 (언론에) 공개된 자료가 아닌 개인정보가 포함돼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의야기 법관 명단'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2013년~2017년) 법원행정처가 법관 인사에 참고하려 만든 문건이다. 당시 별다른 비위가 없었음에도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법관들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며 법원행정처가 일부 판사들을 통제하려 물의야기 명단을 만들고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검찰 수사팀은 물의야기 법관 문건을 확보하며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문건이 공개될 경우 해당 문건에 이름이 오른 판사들에게 언제, 어떻게 불이익이 가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을 검찰에 뺏긴 법원행정처도 검사들에게 보안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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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00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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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들의 우려와 수사팀 입장



현직 판사들이 '판사 문건'에 포함된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란 문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복수의 현직 판사는 "검찰에서 양 전 대법원장 수사를 할 때부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판사 자료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이런 판사들의 우려에 양 전 대법원장 수사팀은 오해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수사 중 '물의야기 법관' 부분을 맡았던 B검사는 "이 문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수사팀의 다른 검사와 공유하지 않고 각 문건을 암호화해 보관 중"이라고 했다. 이 검사는 "대검으로부터 물의야기 법관과 관련해 어떠한 문의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승태 수사팀의 또다른 검사 C씨도 "A검사 등 극히 소수의 검사를 제외하곤 물의야기 법관 명단을 본 수사 팀원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밀번호까지 걸린 이 '물의야기 법관' 자료가 어떻게 대검 판사 문건에 포함된 것일까.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사람은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이모 변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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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방침을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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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야기 법관은 어떻게 알려졌나



이 변호사는 지난해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에 물의야기 법관, 즉 양 전 대법원장의 피해자인 A판사가 포함됐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에서 열람·등사한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었다. 이에 재판장과 이 변호사, 검찰 공판팀 검사 2명이 합의실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 공판팀 검사들도 이때서야 A판사가 물의야기 법관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됐다.

올해 2월 해당 문건을 작성한 성 부장검사는 이 '물의야기 법관' 부분에 대해선 같은 주장을 폈다. 2019년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제기했고, 공판팀이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판사 합의실에서 논의가 된 내용을 대검에 있던 성 부장검사가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 부분은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성 부장검사와 양 전 대법원장 수사팀 모두 이 문제로 물의야기 법관 자료를 요구하거나, 요구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성 부장검사가 문서를 작성했을 당시 근무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엔 양 전 대법원장 공판을 맡고있는 D검사도 근무 중이다. D검사가 공판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성 부장에게 전달해줬을 가능성도 있다. D검사는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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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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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의 성립 여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검에서 '물의야기 법관' 내용을 판사 문건에 개재하며 수사 자료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법무부가 제기하는 불법사찰이 성립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땐 불법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을 전달받은 정도라면 사찰이라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2018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불법사찰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불법 사찰은 ▶위법한 목적으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줄 의도를 갖고 ▶지속적이고 또 예외적으로 이뤄질 때 성립된다. 이 기준이 적용돼 우 전 수석은 불법사찰 혐의 중 일부에서 무죄를 받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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