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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TALK] "태양 에너지 만드는 새 방식 있다" 추측 입증할 증거 82년만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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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입자’ CNO 중성미자 최초 발견
태양 핵융합에너지의 1% 담당
"별의 정체 정밀규명할 것 기대"
보렉시노 공동연구그룹 네이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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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그란사소연구소의 보렉시노 공동연구그룹이 CNO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데 사용한 검출기./네이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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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한 가지 더 있을 것’이라는 이론의 증거가 82년만에 처음으로 발견됐다. 태양과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과정과 이들의 수명을 더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천체물리학 분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탈리아 그란사소연구소의 보렉시노 공동연구그룹은 지난 4년간 중성미자 검출기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탄소·질소·산소(CNO) 중성미자’를 처음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각) 네이처에 보고했다. CNO 중성미자는 태양이 만드는 핵융합 에너지 중 1%를 만들어내는 CNO 순환반응의 부산물이다.

◇ 태양이 만드는 에너지 중 1%, 이제껏 출처 증명 안 돼

핵융합은 가벼운 물질들이 합쳐져 무거운 물질로 바뀌는 과정이다. 물질의 가볍고 무거움은 물질을 이루는 원자핵 속의 양성자 개수로 결정된다. 태양은 가장 가벼운 수소(양성자 1개)들이 합쳐져 헬륨(양성자 2개)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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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핵융합의 두 가지 방식, ‘pp 연쇄반응’(왼쪽)과 ‘CNO 순환반응’(오른쪽). 왼쪽은 두 수소가 직접 합쳐져 헬륨이 되는 반응, 오른쪽은 수소가 탄소와 만나 질소, 산소를 거쳐 헬륨이 되는 반응이다. 두 반응 모두 중성미자(ν)를 방출한다./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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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에 따르면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두 수소가 직접 합쳐지는 ‘양성자·양성자(pp) 연쇄반응’으로, 이미 잘 알려지고 존재가 증명된 반응이다. 이 방식은 태양 핵융합에너지의 99%를 만들어낸다.

나머지 1%를 차지하는 두번째는 수소가 탄소(C·양성자 6개)와 만나 질소(N·양성자 7개), 산소(O·양성자 8개)로 차례로 바뀌다가 마지막에 헬륨이 되는 좀더 복잡한 반응이다. 이 반응이 이번에 존재가 증명된 CNO 순환반응이다.

학계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CNO 중성미자는 ‘CNO 순환반응’의 부산물로, 이 반응이 실재함을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이다. CNO 순환반응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미국 물리학자 한스 베테가 지금으로부터 82년 전인 1938년 제안했던 핵융합 반응의 한 형태다.

◇ 태양 수명 계산도 더 정확해져… "기존 예상보다 10억년 단축될수도"

외신 ‘애틀랜틱(The Atlantic)’에 따르면 CNO 중성미자는 태양과 별의 수명을 더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열쇠다. 태양에서 CNO 중성미자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알면 CNO 순환반응이 얼마나 활발히 일어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태양을 이루는 구성 성분 중 CNO의 비율과 나머지(수소·헬륨) 비율을 알 수 있다. 태양이 수소·헬륨을 많이 가질수록 더 활발하게 타들어가 태양의 수명은 짧아진다.

20여년 전부터 천체물리학자들은 여러 간접적인 방법들을 통해 태양 속 CNO 비율이 1.3~1.8% 정도라고 추정해왔다. 2018년 보렉시노 연구팀이 계산한 값도 1.8%다. 이 수치는 향후 CNO 중성미자 발생량 측정 실험을 통해 더 정확해질 전망이다.

애틀랜틱은 "만약 이 비율이 (추정범위 중 가장 낮은) 1.3%로 밝혀진다면 태양의 수명은 (1.8% 추정에 비해) 10억년 단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태양의 수명이 약 50억년 남았다고 예측하고 있다.

◇ 어디에나 있지만 검출 어려운 ‘유령입자’, 4년 실험 끝 발견

CNO 중성미자가 이제서야 발견된 이유는 그만큼 검출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성미자는 전자, 광자, 쿼크, 힉스입자 등과 함께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초단위인 ‘기본입자’ 17종을 구성한다. 그중에서도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질량도 아직 제대로 파악 안 될 정도로 작아 ‘유령입자’로 불린다. "태양의 핵융합으로 매초 약 1000억개의 중성미자가 당신의 엄지손톱을 통과하고 있다"고 네이처가 설명하지만 그 존재를 알아채기는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태양 핵융합의 99%를 차지하는 ‘pp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중성미자는 이미 1968년에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홈스테이크 광산에 있는 검출기에서 발견됐지만, CNO 중성미자는 발생량이 이보다도 약 100분의 1로 적은 만큼 검출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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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렉시노 중성미자 검출기의 내벽./보렉시노 공동연구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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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렉시노 연구팀이 사용한 중성미자 검출기는 높이와 너비 약 17m 크기의 원형 탱크로, 그속에 질량 278톤, 부피 315㎥의 형광 액체가 들어있다. 중성미자가 액체 속 전자와 부딪칠 때 발생하는 빛을 감지함으로써 중성미자의 존재와 종류를 파악하는 원리다. 중성미자는 태양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다양한 방사능 물질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탱크 겉면에는 방사선을 차단하는 차폐막이 씌워져있다.

연구팀은 2016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CNO 중성미자 검출 실험을 수행해 유력한 입자를 발견해냈고, 최근까지 해당 입자가 CNO 중성미자가 맞는지 검증한 끝에 이번에 학계에 공식 발표했다.

네이처는 연구팀이 향후 몇년간 실험을 통해 거대한 별들의 형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태양보다 크고 뜨거운 일부 별들은 pp 연쇄반응보다도 CNO 순환반응을 통해 주로 에너지를 만든다고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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