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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개인정보 수집' 의혹 판사들 의견은…"기분 좋을리가" "이게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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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유동주 기자, 임찬영 기자] [theL] "위법이라 말하기 애매할 수 있지만 부적절" "사찰이라는 말 과해보여" 신중론 속 의견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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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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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이 제기한 '판사 사찰'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 측에서 공개한 문건들을 놓고 판사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 감정적으로 불쾌할 순 있지만 사찰이라기엔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 등이 보인다.

지난 25일 제주지법 장창국 부장판사는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글을 통해 추 장관이 제기한 의혹을 명명백백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는 "참 어이가 없다"며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무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는 이런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달라"며 형사고발을 해서라도 의혹을 밝혀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장 부장판사의 글로 윤 총장 직무배제 사건에서 시작된 불씨가 법원까지 옮겨붙는 듯했지만 공개적으로 논쟁이 붙지는 않았다. 장 부장판사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은 10여개로, 이렇다 할 반응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진상규명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신중히 사태를 지켜보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을 수집했든지 판사의 개인정보를 모았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도의적 책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그런 식(의 정보수집이) 다 용납 돼버리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문건에 개인적인 신상도 들어가 있는데 그게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며 "세평 당사자들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을 수 행동"이라고 했다.

윤 총장 쪽에서 공개한 문건을 보면 중요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출신 학교, 가족관계, 과거 판결 사례 등이 정리돼 있다.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건을 심리하는 한 부장판사를 두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언행이 부드러우며 원만하게 재판 진행을 잘한다"처럼 평가하는 듯한 표현이 있었다.

이외에도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준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 선고 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경우는 적었다", "단호한 쟁점 정리 등 그립감이 센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피고인들이 출석하는 정식공판기일이 되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같은 표현들도 있었다.

윤 총장은 공판 수행을 위한 참고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은 판사의 소송지휘권을 존중하는 직권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어, 공판을 매끄럽게 수행하려면 재판부의 성향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학교와 가족관계 같은 정보는 법조인대관, 인터넷 검색 등 공개창구에서 파악한 것이며, 평가표현들은 공판검사들의 후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료도 법원·검찰 인사 직후 1회성으로 작성됐으며, 지속적으로 관리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그 사람의 판결 성향이 어떻든지 하는 건 이해되지만 개인 자녀가 어떻고 인척 관계 있다 이런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위법이라고 딱히 말하는 것은 애매할 수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양승태 대법원에서 문제됐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언급한 판사도 있었다. 이 판사는 "당시 발화점 중 하나가 판사들 성향을 수집하고 동태를 파악한 양승태코트의 법원행정처 자료가 공개되면서였는데 그 당시 자료가 더 상세했던 거 같다"며 "법원도 했던 걸 검찰도 여러 필요에 의해서 해 왔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막상 검찰이 그랬다는 걸 알게 되니 판사들이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의 주장처럼 이를 '사찰'로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판사는 "법무법인에서도 중요사건 재판에 들어가면 담당 재판부에 대한 프로필 정도는 다 공유하는 것으로 안다"며 "받아들이기에 따라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공개된 내용만 본다면 사찰이라는 말은 좀 과한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판사는 장 부장판사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 10여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판사들이 진짜 민감한 사찰 문제라고 받아들인다면 반응이 이러겠냐"고 반문했다. 이 판사는 "나의 느낌은 '별거없네' 였다. 저 정도 준비하는 걸 보고 사찰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아직 법원 차원이나 판사들이 공동으로 의견을 내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양측 주장이 다르고 견해가 엇갈릴 수 있어 판단을 개인적으로는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의) 양측 싸움에 판사들이 굳이 끼어드는 것처럼 되거나 어느 한쪽에 이용당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그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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