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나부터 살자" 코로나 백신 맞는 해외여행 상품 등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접종 받으세요. 화이자 백신이 미국에서 상용화 되자마자(12월 11일 예정) 우리는 엄선된 VVIP에게 접종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백신투어 소개글)

지난 23일 인도에서 '백신투어' 광고글이 문자와 SNS를 통해 퍼졌다. 현지 여행사 '젬스 투어앤트래블즈'가 소개한 이 상품은 화이자의 코로나19 긴급사용허가가 나는 즉시 소수 VVIP 고객을 데리고 뉴욕에 가 접종을 받게 하는 게 골자다. 뉴욕까지 왕복 항공편, 조식이 포함된 3박 4일 숙박과 백신 1회 투여량을 제공하는 이 패키지 가격은 174,999 루피(한화 약 260만원)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회사에 신청서, 여권 사본 등을 제출하면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상품은 5일 동안 2000건 이상 문의를 받았다. 일부 고객은 이미 상품 신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젬스 투어 대표는 현지 언론 뭄바이 미러에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상품 신청만 받고 있다"며 미국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들이 가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어느 나라던 투어에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의 외국인 대상 코로나19 접종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원정상품에 신청하고, 인맥을 활용하는 사례가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족한 백신 초기 수량이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각종 편법 및 암거래가 파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경제

FDA 긴급승인 신청 예정 3사 코로나19 백신 선계약 현황 [출처 = 듀크대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 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6일 블룸버그, 뭄바이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여행사들은 하나 둘 '백신투어' 패키지에 뛰어들고 있다. 또 다른 인도 여행사 ‘제니스 홀리데이즈’도 미국 백신여행 상품을 냈다. 가격은 젬스 투어보다 저렴한 14만9999루피(한화 225만원)이며, 선착순 100명 한정 패키지다. 미 4성급 호텔에서의 3박과 백신 1회 접종량을 제공한다.

백신투어 상품은 큰돈이 들더라도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행복을 되찾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인도는 코로나19로 타격이 가장 큰 나라중 하나다. 현재 인도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는 27일 기준 13만 5715명으로 세계 3위다.

7월부터 시노팜·시노백 등 자국 업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 해온 중국에서는 벌써 암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방문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희망한 베이징의 사업가 A씨는 인맥을 활용했다. 친구 회사에 부탁해 고용된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중국 정부 긴급접종 대상이 됐다. A씨는 이제 광동성으로 건너가 91달러를 내고 시노팜 백신을 맞을 계획이다. 그는 "알리 페이를 통해 돈을 이체했다"면서도 "'암시장'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코로나19 접종 돌풍을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인맥이나 지위를 활용해 백신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 범죄조직에겐 '백신'이 '금'이 될 것

국제기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암시장에 풀리는 등 불법거래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인터폴은 수요에 못 미치는 부족한 백신이 범죄조직에겐 '금'이라고 했다.

위르겐 스톡 인터폴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한정된 공급과 높은 수요가 결합된 코로나19 백신은 상용화 즉시 범죄조직에 '액체금(liquid-gold)'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폴은 백신으로 공공질서 훼손, 사기, 자금 세탁, 등 범죄가 파생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안전한 유통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조나단 쿠싱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건강 이니셔티브 주요 프로젝트 책임자는 "백신의 초기 제한된 공급은 절도와 불법처방의 위험성이 있다"며 "백신은 강력한 국가들이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코로나19 공포'를 먹고 자라나는 불법 시장

팬더믹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백신 관련 범죄 부추긴다. 지난달 멕시코는 1만 샷 이상의 독감 백신을 범죄조직에 도난당했다. 코로나19로 덩달아 독감 백신 접종이 주목을 받자 기회를 노린 것이다. 범죄조직은 백신을 인터넷을 통해 불법유통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소문이 돌았을 때도 암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지난 6월 브라질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잠재적 치료제로 선전하자 밀수업자들이 3600개 복용량을 파라과이 통해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지난 9월 베네수엘라에서는 병원이 코로나19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렘데시비르를 약 800달러에 환자들에게 판매했다.

■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던 백신 초기 공급량은 이미 동나

백신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일부 국가에만 해당된다. 가장 빨리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올해 생산분(각각 5000만회, 2000만회 투여분) 이미 선계약으로 동난 상태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화이자는 내년까지 13억 5000만 회분을 공급할 계획인데, 이 중 90%가 이미 유럽, 일본 등에 팔렸다.

팬더믹에 지쳐 편법까지 등장하는 해외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먼 얘기가 아닐 수 있다. 이달 20일 기준 미 듀크대 글로벌 헬스 이노베이션 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백신 선계약 수량은 '0'이다. 정부는 해외 제약사들이 개발한 백신의 효과성이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아직 확정 물량이 없는 상태에서 내년 2분기(4~6월)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는 당장 다음 달부터 접종을 시작할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6일 유튜브를 통해 "올해 말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등에선 내년 전반기에 상당수의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라며 "다른 나라들은 이른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해 팬더믹을 졸업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외국에서도 (한국인을) 오지 말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