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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병지 "내 직업이 뭔지 나도 헷갈려…은퇴선수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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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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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대중문화 산업이 한국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함의 이면에는 묻혀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김재현의 생각 있는 스타톡’은 스포츠·대중문화 스타에게 직접 스포테인먼트 산업의 문제점을 듣고 대안을 논의해보는 자리입니다. 인터뷰는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이 진행합니다. 인터뷰는 지면과 함께 유튜브 <김재현과 함께하는 날다>에 동시 게재됩니다.

요즘 TV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유튜브에도 많이 보인다. 특이한 것은 예능프로에서 이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2018 대한체육회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운동선수는 평균 23세면 은퇴한다. 은퇴선수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이고, 절반은 월수입이 200만원이 안 된다. 현역선수 60%는 은퇴 후 진로를 걱정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외도’는 이 같은 현실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다. ‘김재현의 생각 있는 스타톡’ 첫회 인터뷰 대상자로 구독자 41만명의 <꽁병지TV>를 운영하는 전 K리거 김병지를 찾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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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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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병지TV>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뭔가.

“은퇴하던 2016년에는 유튜브가 있는지도 몰랐다. 은퇴 뒤 <슛포러브>를 통해 ‘지구방위대’를 만들면서 접하게 됐다. ‘축구콘텐츠가 필요하겠구나’ 생각하던 중 2018년 월드컵 때 축구콘텐츠가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꽁병지TV>를 시작하게 됐다. 돌아보면 여러 타이밍이 딱 맞았다.”

-처음 시작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반신반의했다. 어쨌든 나는 축구선수이고, 내가 갖고 있는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축구팬에게 알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월드컵축구를 해설할 때 방송에서 못하는 얘기를 유튜브에서는 마음껏 할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큰 반응과 응원이 힘이 됐다.”

-유튜브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말해줄 수 있나.

“(웃음)유튜브 수입은 뷰당 1.5원 정도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달에 300만뷰 정도 나오면 500만원 정도가 들어온다. (축구 쪽으로는 최고의 인플루언서인) <감스트>는 구독자가 180~190만명 되는데, 뷰당 100만뷰를 만들어낸다. <꽁병지TV>는 ‘김병지’가 갖고 있는 재산인 경험·에피소드 등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이 많아 후원·협찬사가 없으면 운영하기 힘들다. 유튜브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맞는 방향성을 정하고 도전할 것을 권한다.”



-은퇴 후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유소년 축구클럽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 유튜버도 하고. (사)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을 운영하고 (사)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도 맡고 있다. 때로는 내 직업이 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많은 일을 하지만 모두 축구에서 출발하고, 축구를 향해 끝난다.”

-활동 중 상당수가 공익적 활동에 맞춰져 있더라.

“축구로 성장하면서 축구와 사회에 감사한 마음을 많이 가지게 됐다. 사회에 보답하는 일, 꼭 도움이 되는 일이 뭘까, 선수 시절부터 생각해왔다.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은 그렇게 체계적이지는 못 하지만 은퇴를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다. 보람된 일을 하자는 마음을 갖고 설립했다.”

-사비를 넣어 공익적 일을 하는 재단을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돈을 가족에게 주면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왜 안 했겠나. 하지만 ‘축구를 열심히 해서 돈 벌고, 유명해지고, 좋은 일 많이 하면 결국은 되돌아서 우리에게 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 이미지가 좋아지니 스폰서도 많이 들어오고, 그걸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사회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는 게 맞다. 그래야만 한다.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많은 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축구를 못 했을 것이다. 지금도 도움의 손길을 받으며 꿈을 키워가는 사람이 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분들 또한 20년 뒤 성공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왔으면 좋겠다. 이게 ‘선순환 구조’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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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준비를 했나.

“나는 20대 때 서른다섯 살쯤 되면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그 나이 때 다 은퇴를 했으니까. 그런데 서른다섯 살이 되었을 때 2년 계약하면서 ‘서른일곱 살 때 그만둘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2년 더하고, 또 2년 더하고 하다가 마흔다섯 살까지 갔다. 나는 참 감사한 사람 중 한명이다. 축구는 인기종목이라 연봉도 어느 정도 보장받으면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비인기 종목도 똑같은 국가대표지만 스포츠라는 노동의 대가로 받는 시간이 너무 짧다. 이들을 위해서 정책을 하는 분들이 인프라를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어떤 인프라를 만들면 은퇴선수들에게 도움이 될까.

“제가 유소년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작은 우리 아이 때문이었다. 아이가 축구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운동할 곳이 없다.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은 어른 중심으로 운영되고 이용 가능한 예약시간도 들쑥날쑥하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면 시간이 나는데 그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운동장이 정말 없더라. ‘아이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유소년축구클럽을 운영했는데 임대료 등이 비싸 개인이 운영하기는 정말 어렵다.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축구도 그런데 다른 종목은 어떻겠나. 그런 것은 나라에서 해야 한다. 인프라만 만들어주면 기술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일할 수 있다. 예컨대 유도장을 만들어주면 은퇴 유도선수들이 일할 자리가 생기지 않겠나. 30대 초반에 은퇴한 선수들은 여전히 열정적이다. 이들이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그중에 잘하는 아이들 찾아내 국가대표로 키우고, 국민에게는 최상의 생활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요즘 청년들이 힘들다. 조언한다면.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나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해봐라.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실수할 수 있지만, 실수하면서 성장한 사람은 내려가더라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왜냐면 그 실수의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왜 실수했는지를 모르면 어디가 마지막인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른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오라. 답변해주겠다.”

<글·진행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사진·동영상 청년서포터스 ‘젊은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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