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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尹 ‘추가 사찰문건’ 확신하고 대검 기습 압수수색했다가 허탕친 秋의 감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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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린지 사흘이 지난 27일 오전 출근하는 모습.(왼쪽) 윤 총장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세워둔 입간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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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5일 오전, 대검 감찰부는 추 장관이 전날 발표한 윤 총장의 6개 비위 혐의 중 하나인 ‘재판부 사찰 문건’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압수수색은 재판부 사찰 의혹 관련 비슷한 문건을 추가로 찾기 위한 압수수색이었으나 디지털 포렌식에서도 추가 문건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관련 의혹을 보강할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애초 그런 문건은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말이 나왔다

◇법원, ‘판사 사찰’ 관련만 영장 발부···나머지는 대부분 기각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압수수색 영장은 추 장관이 제기한 6가지 비위 혐의 중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서만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대부분 기각됐다고 한다. 법원은 PC 압수수색 관련해선 특정 키워드(단어)를 검색해서 관련 자료를 확인하라고 압수수색 방식도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키워드는 ‘판사’ ‘재판장’ ‘우리법’ ‘가족’ 등 재판부 사찰 의혹과 연관된 단어였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영장이 발부된 시각은 24일 오후 8시쯤으로, 윤 총장 직무정지가 발표된 지 약 2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윤 총장 직무정지 바로 다음날 오전 압수수색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따져보면, 대검 감찰부는 추 장관이 브리핑에서 발표할 의혹에 대해 사전에 알고 영장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가 ‘사전 교감’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찰 의혹' 반복성 입증하려 했으나 추가 문서는 안 나와

25일 오전 10시쯤 시작된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은 관련 문건이 작성된 수사정보담당관실의 PC 6~7대에 집중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추 장관이 문제를 제기한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과 유사한 문서는 전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부 수사팀이 법원이 제시한 ‘키워드’를 검색하는 방식으로 PC를 디지털포렌식 했으나 재판부 성향을 분석한 다른 문건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비슷한 문건이 더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허탕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불법 사찰’ 행위는 형법에 따로 규정된 죄가 없고, 대개 강요죄 또는 직권남용죄로 처벌된다. 직권남용의 경우 주요 요건 중 하나가 ‘반복성’인데, 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압수수색을 했다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지난 27일 기자단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지난 2월 법원과 검찰의 인사 직후 새로 편성되는 재판부의 재판스타일에 관한 업무 참고자료로 일회성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오른쪽)와 인사청문회준비단 소속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감찰부에는 ‘국장·담당관’ 없는데, 압색 도중 통화에서 “국장님, 담당관님”

한편, 당시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 과정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부 검사들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법무부 지시를 받고 압수수색 과정을 보고한 것 같다”, “위법 압수수색”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와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25일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은 늦은 밤까지 진행됐고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과 감찰부 오미경 검사가 집행했으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사실상 현장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압수수색에는 대검 감찰부 소속 직원, 디지털 포렌식 작업 지원을 온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입회인’ 자격으로 압수수색 현장을 참관한 대검 관계자들이 있었는데, 허 과장과 오 검사가 디지털 포렌식 작업 중간중간 전화통화를 하며 “국장님, 아직 안 나왔습니다”, “담당관님, 아직입니다”와 같은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화통화에서 흘러나온 박은정 담당관의 목소리를 들었고, 허 과장의 휴대전화에 심 국장의 전화가 걸려온 화면을 목격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왜 안 나오지”와 같은 이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여는 위법한 ‘청부수사’” 비판 나와

허 과장과 오 검사는 ‘압수수색 중 법무부 관계자와 통화했느냐. 이유는 무엇이냐’는 본지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대변인실을 통해 문의해달라”고 했다. 심 국장과 박 담당관도 ‘허 과장 또는 오 검사와 통화한 이유, 압수수색 진행 내용을 보고받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법무부 관계자들이 대검 감찰부 수사에 관여했다면 명백한 불법 수사 지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검 감찰부 검사들은 수사기밀을 외부에 알린 ‘공무상비밀누설’, 법무부 간부들은 부당한 지시를 내린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감찰3과 소속 정태원 감찰팀장은 당시 압수수색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고, 이후 압수수색 집행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법무부는 압수수색 당일 “대검 감찰부로부터 수사정책정보관실(수사정보정책관실 오기)에 대한 법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추 장관은 감찰부에 추가적인 판사 불법사찰 여부 등 비위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피의사실을 공표할 뿐 아니라 개별 수사를 직접 지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찰부 “사실과 달라” 해명, 법무부 관계자 통화는 인정

본지 보도 후 대검 감찰부는 이날 오후 7시 25분쯤 출입기자단에 해명 문자를 발송하고 “기사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검 감찰부는 ‘윤 총장 직무정지 다음날 압수수색, 법무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감찰부는 법무부로부터 수사 참고자료를 이첩받아 검토한 결과 신속히 범죄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신속히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감찰부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압수수색 당시 대검 감찰부 검사와 법무부 관계자 사이 통화’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당일 대검 감찰부는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법무부 장관을 수신자로 하여 관련 보고를 했고, 그 보고를 받은 법무부 관계자들이 상황을 물어보는 연락이 오자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고, 이미 언론 보도된 압수수색 사실에 대해 확인을 해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미경 연구관은 법무부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감찰3과 정태원 팀장이 압수수색을 반대해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 관련해선 “감찰3과장이 정 팀장에게 압수수색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하라고 한 후, 불참하겠다는 답변을 듣고는 의사를 존중한 것, 배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하 대검 감찰부 알림 전문.

◇대검 감찰부 알림

[Web발신]

[대검 감찰부에서 알려드립니다]

11월 28일자 조선일보 ’'尹 ‘추가 사찰 문건’ 확신하고 대검 기습 압수수색했다가 허탕친 秋의 감찰팀’' 제하의 기사내용 중 잘못된 부분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1. 대검 감찰부가 추장관의 브리핑 의혹 내용에 대해 미리 아는 등 사전 교감이 있는 상태에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였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로부터 수사 참고자료를 이첩받아 검토한 결과 신속히 범죄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신속히 집행한 것이지, 법무부장관의 브리핑과 그 내용을 미리 알고 사전에 교감하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2. 법무부 검찰국장과 감찰담당관이 압수수색 현장을 사실상 지휘했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그날 대검 감찰부(감찰3과)는 검찰보고사무규칙(법무부령)에 따라 법무부 장관(검찰과장, 감찰 담당관)을 수신자로 하여 인지사실, 대상자, 범죄사실 등 간단한 내용으로 사건발생보고를 하였고, 그 보고를 받은 법무부 관계자들이 감찰3과장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보는 연락이 오자 보고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였고 이미 언론보도된 압수수색사실에 대해 확인을 해준 것이었고, 오미경 연구관은 법무부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기사내용과 같은 대화를 하면서 법무부 측의 압수수색 현장 지휘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3. 감찰3과 소속 정태원 팀장이 압수수색을 반대하여 배제되었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감찰3과장이 정팀장에게 압수수색 참여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하라고 한 후, 불참하겠다는 답변을 듣고는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한 것이었지, 압수수색을 반대하자 배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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