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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무능한 야당'이 키운 '정권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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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국민의힘 지도부는 회의 때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은 국민의힘보다 더불어민주당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이종배 정책위의장이 지난 26일 오전 비대위회의에 참석한 모습.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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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연패에도 달라지지 않은 야당…'비판' 전 스스로 되돌아봐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21대 총선 후 7개월이 흐르는 동안 정치권 안팎에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다수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법무부 장관의 다수 사건(6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민주화 이후 첫 여당의 상임위원장직 싹쓸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유례가 없는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숙박·관광·외식 소비쿠폰을 대대적으로 발행하면서 '소비를 위해 밖으로 나가라'는 시그널을 줬다가, 확진자가 늘면 슬그머니 중단하고, 줄어들면 다시 쿠폰을 발행하는 일을 반복했다.

물론 코로나19가 없어지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진영 논리에 따라 보수단체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에 다른 대응을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정권과 관련한 의혹도 쏟아졌다. 청와대·민주당 인사 다수가 연루됐다는 증언이 나온 라임·옵티머스 사태, 감사원 감사로 확인된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관련 경제성 조작 및 산업부 공무원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은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적극적인 검찰 인사·감찰권 행사로 위축된 기색이 역력하다.

여당의 말 바꾸기, 약속 위반도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소속 자치단체장의 귀책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열리면 책임 정치 차원에서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은 전체 당원 4분의 1가량만 참여한 '무늬만 전 당원 투표'를 앞세워 뒤집었고, '공수처장 후보자는 야당이 반대하면 선출하지 못한다'면서 강행한 공수처법은 막상 야당이 반대하자 '법을 바꿔 우리끼리 처리하겠다'로 바뀌었다.

이러한 경험하지 못한 행태, 오만한 정치에 야당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은 야당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3.5%를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35.0%, 국민의힘 지지율은 28.5%로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앞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상세한 조사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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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치에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21일 문 대통령이 미국 출국 전 환송을 나온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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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오만과 독주가 지속되는 것은 국정 운영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이 무능하고,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면서도 진정한 반성과 쇄신이 없었다. 최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선 현안과 미래에 대한 상반된 목소리가 섞여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반성 없는 야당, 변함없이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세간에 "문 대통령은 야당 복을 타고났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도 "여당이 잘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야당은 더 싫다"는 국민 정서가 녹아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은 명분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예컨대 민주당이 김해 신공항 검증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가덕도 신공항을 논리적 비약·공백으로 꺼낸 것에 대해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당리당략을 고려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토권이 보장됐던 공수처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연일 비판한다. 문제가 있는 사안을 선택적으로 비판해선 여론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천공의 저서 '통찰과 역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개인과 사회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바꿔야 할 것은 바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반성하여 미래의 나를 위해 노력하면 된다. 그런데 어떤가. 지금의 우리 사회는 과거의 관습과 관념에 마치 마비된 듯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지 않고서 미래를 기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중략) 죽자 살자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자꾸 실패를 거듭한다면 한 번쯤 자신의 '마음 그릇'을 살펴보라."

'사회'를 '국민의힘'으로 바꿔도 무방한 글이다. 소속 정당 대통령의 탄핵, 전국단위 선거 4연패, 최근 4년 동안 4번째로 등장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도 바꿨다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국민의힘이 과거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했는지, 정권 탈환이라는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의문을 표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실패와 오만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 그릇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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