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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가계저축 늘었다···소비폭발 좋은 소식? 고착화 될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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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83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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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 소득 가운데 소비되고 남는 부분, 즉 저축의 비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은행이 가계저축률 상승세가 길어져 고착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경우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가 약화하고, 삼저(三低) 현상의 뉴노멀(새 기준)이 현실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3배, 유럽은 2배…우리도 가계저축률 늘 듯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위기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저축률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저축률을 연간 단위로 집계·발표하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2019년 7.9%에서 지난 2분기 25.7%로 3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유로 지역 가계저축률도 12.9%에서 24.6%로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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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로지역 가계저축률 추이.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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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률이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기업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고 R&D투자가 확대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경기가 활성화했을 때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가 쉽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선 저축률 상승이 곧 소비위축을 의미하고, 이는 경기부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기부진 길어지면 가계저축률 고착화 가능성도



최근 국내 코로나19가 '3차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경기전망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경기부진이 장기화된다면 미래 예상소득이 감소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도 어려워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이에 대비해 가계의 저축성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level-up) 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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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소비성향 하락.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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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는 고용·소득 부진이 장기화하고 정부지원이 불가피하게 줄어들 경우 가계의 미래 예상소득이 감소하게 돼 예비적 저축이 증대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경제 전반의 신용위험이 커져 금융기관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가계는 부채를 줄이는 한편 미래 소비재원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축소하고 저축을 늘릴 유인이 커진다. 위기가 장기화되면 저소득층 소득이 더 크게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축성향이 더 높은 고소득층의 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돼 가계 저축성향이 전체적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내게 된다.



거리 두기 완회되면 억눌린 소비 살아날 수도



안 좋은 상황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가계저축률 상승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여행·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 부문 소비 위축 등에 상당 부분 원인을 두고 있다. 따라서 향후 감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되살아나(Pent-up 수요)면서 가계저축률 상승세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실제 미국에선 통상 7~8% 수준이던 가계저축률이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가 있었던 지난 4월 33.6%로 급격하게 뛰었다가 이동제한 조치가 완화되면서 6월 18.7%, 8월 14.8% 등 급격히 떨어졌다"며 "코로나19 확산세 및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 소비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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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으로 텅빈 서울 도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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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다만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될 경우 수출·투자에 대한 우리 경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고 가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소비보단 저축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아져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보다 장기적 시각에선 저축이 투자를 위한 자금수요를 넘어서게 돼 수요가 줄어들면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 삼저(三低) 현상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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