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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밖에서 돈 못쓰니…“가계 저축률 21년 만에 두 자릿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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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작년 6%→올해 10%” 전망

코로나 탓 여행·외식 등 소비 위축

미래 불확실해 “아끼자” 분위기도

“경기부진·소득불평등 심화 이어져”


한겨레

소비위축으로 가계 저축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다시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고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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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이 올해 두 자릿수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저축률이 실제 두 자릿수에 이르면 1999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례적으로 높은 가계 저축률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경기 부진과 소득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낳고 있다.

한은 조사국의 이용대 과장은 29일 한은 ‘조사통계 월보’에 실은 보고서에서 “코로나 위기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의 소득에서 소비되고 남은 부분(저축)의 비율인 가계 저축률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힌 뒤 따로 연 설명회에서 “올해 1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가계 저축률은 6.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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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계 저축률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만 해도 20%를 웃돌다가 1999년(13.2%)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는 1988년 23.9%이며, 1990년 이후로는 1991년의 23.4%가 가장 높다. 2015~2019년 5년 평균치는 6.9% 수준이다. 이런 흐름에서 10% 가계 저축률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30~40% 수준(1분기 36.0%, 2분기 34.5%)으로 높은 편이나, 국민소득의 상당 부분이 기업 이윤으로 흘러 가계 저축률은 낮게 유지됐다. 총저축은 기업과 정부까지 포괄해 국민 경제가 소비나 저축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국민 총처분가능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나머지를 뜻한다.

올해 들어 나타난 가계 저축률 상승세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감염 우려 등으로 여행·숙박·음식과 같은 대면 서비스 부문의 소비 위축 탓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과 가계(개인) 저축률 상승세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뚜렷하다.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2019년 7.5%에서 올해 2분기 25.7%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유로 지역 가계저축률은 12.9%에서 24.6%로 높아졌다. 가계 저축률을 1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월별, 유로 지역은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이용대 과장은 “미국의 경우 올 4월에 33%를 넘기도 했다”며 “당시 미국에서 코로나 확산이 심화돼 이동 조치가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 과장은 “저축률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넓히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띠지만, 불확실성 탓에 투자가 늘어나기 어렵다면 소비 위축을 통해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률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전반적인 경기 부진은 다시 취약계층의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과장은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취약계층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구매력은 괜찮은 편인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끼자는 분위기여서 저축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듯하다”며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주요 연구기관장을 만난 자리에서 “방역과 경제 간 균형점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의 신속한 활력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저축률 상승의 이면인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는 지난 26일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나왔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월 전망 때(-1.3%)보다 높은 -1.1%로 제시하면서도 민간 소비 성장 전망치는 8월(-3.9%)보다 훨씬 낮은 -4.3%로 제시했다. 석 달 전 전망 때보다 경제 전반이 나아지긴 해도 투자·수출 쪽의 상대적 호전에서 비롯된다는 관측은 내수와 수출을 비롯한 부문 간 격차가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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