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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尹 직무정지 되자...월성1호 구속영장 요청 5일째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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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반부패부, 법 적용 문제삼아

대전지검 영장 보완에도 계속 보류

검찰 내부 “윤석열 총장 부재 때문”

중앙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가운데),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른쪽)과 차례로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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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요청했으나 계속 묵살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지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집행정지되기 1주일 전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게 영장 청구를 요청했지만 수차례 보완지시만 내려졌다. 보완을 거쳐 대전지검은 지난 24일 최종적으로 영장 청구를 보고했으나 5일째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윤 총장의 책임 하에 속도를 내고 있던 원전 수사가 윤 총장의 부재로 무력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친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원전 수사 때문에 결정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24일 최종 보고받고 5일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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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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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가 대검 반부패부에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보고를 처음으로 한 시기는 11월 셋째 주다. 대전지검은 감사원 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일 심야에 세종시 산업부 청사로 들어가 월성 원전 관련 파일 444개를 삭제한 데 관여한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고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하기 1주일 전쯤이다. 신성식 반부패부장은 대전지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했고 신 부장의 반대 의견을 포함해 윤 총장에게 보고가 됐다. 윤 총장은 신 부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전지검에 영장 보완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전지검은 영장을 보완했고 23일 대검 반부패부에 최종 보고서를 올리겠다고 구두 보고 했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가 결정되기 하루 전이었다. 대전지검은 24일 오후 늦게 보완한 최종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부에 제출했다. 대전지검의 최종 보고가 이뤄진 직후인 같은 날 오후 6시 5분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했다. 윤 총장은 대전지검의 최종 보고를 받지 못한 채 직무정지를 당한 것이다. 이후 대검은 이날까지 대전지검에 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영장 발부 가능성 작고, 본류 수사부터 해야"



대검 반부패부가 5일째 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파일 삭제에 관계된 공무원들에 감사방해 혐의만을 적용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감사방해의 법정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전지검은 감사방해보다 법정형이 높은 혐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영장을 보완했지만 대검은 승인하지 않았다. 반부패부의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윤 총장도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또 반부패부는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본류 수사가 우선이고 파일 삭제 수사는 그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증거를 인멸한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시급성을 다투는 문제로 만약 반부패부의 지시대로 본류 수사 마무리 후 파일 삭제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본류 수사가 다 마무리된 상태면 증거를 인멸한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자체가 필요가 없다. 수사 의지가 있다면 증거 인멸한 공무원들을 구속하고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수사 방향은 현장의 지검장이 정하는 것이지 반부패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감사방해 법정형이 낮아 영장 기각 사유가 된다는 게 어느 나라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구속영장 청구 보고 1주일 후 직무정지된 尹, 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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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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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대전지검이 원전수사에 속도를 내자 윤 총장이 직무정지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전지검이 지난 5일 산업부 압수수색 등 원전 수사를 본격화한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권한 남용"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실제 압수수색이 윤 총장이 대전고검·대전지검을 방문한 직후 이뤄졌고 대전지검장이 윤 총장 측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이 직무정지된 다음날 산업부를 찾아 국정 과제인 탈원전을 수사하다 공무원들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정유진·강광우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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