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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中언론 “中 주도로 김치 국제표준 만들어”… 韓정부 “파오차이 표준… 김치는 다른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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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추시보 “파오차이 기준 ISO등록”… 中 “김치는 파오차이 모방품” 주장

정부 “김치 이미 CODEX 규격 설정… 파오차이를 김치로 해석할 순 없어”

동아일보

ISO(환구시보 갈무리)© 뉴스1


중국이 자국의 김치 격인 파오차이의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등록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28일 보도했다. 파오차이는 중국의 전통식품인 절임 채소로 김치와는 다른 식품이고, ISO의 관련 문건에도 이번 등록은 파오차이에 대한 것이지 김치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중국 매체는 마치 중국이 김치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처럼 전하면서 ‘김치 깎아내리기’를 시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시보는 중국 시장의 관리감독 전문 매체인 중국시장감관보를 인용해 중국이 ISO에 파오차이 산업의 6개 식품 국제표준을 제정했다고 전했다. ISO 홈페이지에는 ‘ISO 24220 파오차이(소금으로 절여 발효시킨 채소)―규범과 시험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있다. ISO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민간기구다. 공식 관급기구는 아니지만 165개 회원국이 가입돼 있고, 중국은 ISO의 상임이사국이다.

중국 내에서 파오차이는 염장(鹽藏)해 먹는 채소를 뜻한다. 중국인들은 김치를 ‘한국 파오차이’라고 부른다. 한국이 김치를 중국에 수출할 때 한국 김치에 해당하는 별도 기준이 없어 파오차이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10년여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가 파오차이의 모방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도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등록해놓고 한국 김치까지 포함되는 것처럼 대외 홍보를 하고 있다.

환추시보는 파오차이 ISO 등록을 계기로 “중국의 파오차이 산업은 이번 인가로 국제 파오차이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면서 “사실 한국이 ‘파오차이 종주국’이라는 주장은 이미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매체는 ‘파오차이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파오차이를 김치와 같은 음식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앞서 환추시보는 2017년 9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당시에도 “사드를 추진한 한국 보수파가 파오차이를 먹어 어리석어졌나”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파오차이는 김치와 다른 음식이며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국제규격으로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CODEX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공동 설립된 국제기구로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식품 규격을 제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ISO 규격은 각 국가가 따를 의무가 없다”며 “CODEX 규격에 따라 김치를 다른 명칭으로 쓸 수도 없기 때문에 파오차이를 김치로 해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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