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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5만원권 4장 중 3장은 장롱속으로... "코로나와 저금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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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환수율 2009년 이후 최저
코로나19로 대면 소비 급감에 저장 수요도 늘어
`지하경제 흘러갔나` 우려도...한은 "저금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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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발행된 5만원권 4장 중 3장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금고나 장롱에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대면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5만원이라는 고액권을 가치 저장 용도로 활용하려는 예비 수요도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는 5만원권이 마약 거래 등 불법 목적의 ‘지하경제’로 흘러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5만원권 환수율, 발행 첫 해 제외하면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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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환수율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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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5만원권의 환수율은 25.4%로 집계됐다. 이는 5만원권이 최초 발행된 2009년 당시의 환수율(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수율이란 한은이 특정 기간 발행한 지폐 대비 은행 창구로 돌아오는 환수액의 비중을 의미한다. 시중에서 5만원이 자주 거래돼 은행으로 입금되지 않으면 환수율은 낮아진다. 이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장롱, 금고, 지갑 등에서 머물고 있는 현금 지폐가 많다는 의미다. 5만원권의 환수율 하락으로 전체 은행권(지폐)의 환수율도 39.5%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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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면세구역 모습. 해외여행이 사실상 사라진 것은 고액권 유통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영종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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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환수율이 급락한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계가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등 금융망을 통한 결제 비율이 높아졌지만, 음식∙숙박업(18.6%)과 운수업(12.1%) 등 자영업계는 상대적으로 매출액 대비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이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중요한 현금 유통망도 함께 위축된 것이다.

관광 부진도 5만원권 환수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 발권국 관계자는 “면세점, 카지노 등 관광지 인근 점포, 환전영업자 거래 영업점과 현금지급기(ATM)의 5만원권 입금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저금리∙저물가 장기화도 5만원권 유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높은 이자율과 물가상승률은 현금 보유자를 불리하게 하는데, 현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물가상승률과 금리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할 유인이 높아졌다. 가치저장 목적이라면 고액권인 5만원권이 보유하기에 가장 유리하다.

“혹시 탈세에 쓰였나” 우려에… “상대적 신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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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당시 이내황 한국은행 발권국장이 5만원의 도안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5만원권은 2009년 6월부터 유통됐다. 박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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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타국가의 고액권 환수율보다 5만원의 환수율이 과도하게 낮기 때문에 이런 지폐가 탈세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마약 거래 등 불법 목적의 ‘지하경제’로 흘러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올해 환수율 계산이 가능한 유로존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100유로 이상 고액권 환수율이 76.7%로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크게 하락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5만원권만큼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한국의 5만원권이 화폐 생애주기상 발권이 시작된 지 10년을 막 넘긴 ‘젊은 고액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권국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이 특히 낮은 것은 발행 후 40여년이 경과해 성숙기 단계에 진입한 다른 권종과 달리, 시장의 유통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대적 신권이기 때문에 쓸 수 없게 된 지폐의 폐기 및 교체 수요가 적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낮은 환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발권국 관계자는 “지하경제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한 변동은 완만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5만원권 환수율은 단기에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요인으로 지하경제보다는 코로나19와 저금리로 인한 수요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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