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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류현정의 더다이브] “콕 집어주는 광고에 놀랐나요? 답은 이 손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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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실리콘밸리 특파원




애드테크 기업 ‘몰로코’의 안익진 공동 창업자 인터뷰

"0.1초의 싸움입니다."

디지털 세계를 실제로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광고다.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하루에도 메시지 수천억 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광고라는 수익 창출 엔진이 24시간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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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특파원



"몰로코(MOLOCO)는 사용자가 물건을 사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확률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광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광고를 노출하는 프로그래머틱 광고 회사입니다. 사전에 광고 시간대와 노출 빈도를 정해두는 TV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죠. 실시간 광고 집행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극도로 짧은 시간에 사용자의 행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광고 비용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머신 러닝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안익진 몰로코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에서 책임 엔지니어로 일하다 2013년 광고 자동화 설루션 회사를 창업했다. 몰로코가 머신 러닝 기술을 적용한 광고 엔진을 개발하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애드 테크(ad tech)’ 기업인 이 회사는 지난해 수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어대시(DoorDash), 액티비전(Activision), 포스트메이츠(Postmates) 등이 몰로코와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몰로코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 싱가포르, 일본, 영국, 자카르타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안 대표는 구글의 유튜브 팀에서 머신 러닝을 활용한 추천 광고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안 대표는 몰로코의 팰로앨토 사무실에서 광고에 기반한 디지털 세계의 작동 방식을 실감 나게 설명했다.

AI 활용해 개개인 맞춤형 광고 제공

―오늘날 광고 기술이 왜 중요한가.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은 광고 기술의 성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도 ‘추천 광고’ 기술과 ‘광고 건너뛰기’ 기술을 개발한 이후 급성장했다. 광고 수익이 많아지자, 많은 크리에이터가 유튜브에 몰렸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났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급속히 늘면서 유튜브는 더 많은 돈을 광고로 벌게 됐다. 효과적인 광고 엔진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는 매출 차이로도 나타난다. 북미 기준으로 페이스북은 사용자당 연간 140달러 이상, 핀터레스트는 10달러 정도를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광고 기술도 갈수록 정교해져 페이지 뷰당 과금하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요즘은 사용자의 최종 구매로 이어질 때 광고주가 돈을 지불하는 행동당 과금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려면 언제, 누구에게, 어떤 광고를 보여줘야 하는지 예측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몰로코는 사용자의 구매 행동을 어떻게 예측하나.

"몰로코의 인공지능(AI)이 광고 지면에 접근하는 사용자의 700여 가지 서로 다른 데이터 특징을 분석해 사용자 행동을 예측한다. 광고를 노출할 시점, 광고 형태, 광고비까지 모두 순간적으로 계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초당 50만건에 달하는 연산이 일어난다. 인공지능은 광고 집행 결과를 계속 학습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하게 된다.

몰로코는 다양한 제휴를 통해 광고 도달 범위도 꾸준히 높여 왔다. 앱 500만개와 연동해 전 세계 75억명에 달하는 이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99.99%에게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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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안주 대신 창업을 선택

―새 광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엄청나게 큰 데이터를 다루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계산도 어렵고 서버(대용량 컴퓨터)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한때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회사인 스포티파이보다 더 많은 서버를 썼다. 서버 비용 때문에 회사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낼 때 다행히 투자를 받아 늦지 않게 직원 월급을 준 적도 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현재 디지털 광고 시장 대부분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에버노트, 넥스트도어, 핏빗, 스트라바, 우버 등 많은 기업이 마땅한 광고 기술이 없어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시장에 효과적인 광고 기술을 공급한다면 좋은 서비스를 만든 기업들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는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기여한다. 광고를 노출하려는 광고주만 몰로코를 찾는 게 아니다.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방문해 화제를 모은 일본의 캘린더 앱 타임트리처럼 몰로코 클라우드 설루션을 활용, 자체 광고 수익을 올리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잘나가는 구글러로서의 삶을 접는 게 어렵지 않았나.

"한 구글 동료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창업해서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보다 구글을 설득해 구글로부터 각종 자원을 받는 게 더 큰 자유를 누리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직 구글러는 ‘구글 밖을 나가면 절벽에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기껏해야 번지점프 정도다’라고도 말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구상한 이 사업은 구글 밖에서 더 빠르게 완성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프로그래머틱 광고(programmatic ad)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광고를 자동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디지털 광고 영역은 전화나 메일, 구두상으로는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주식 프로그램 매매처럼, 특정 플랫폼을 이용해 광고를 매매한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더 잡아먹는 디지털 광고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후 광고 시장의 극심한 재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전체 광고비 중 디지털 광고 비율은 56%, TV 광고의 비율은 30%였다.

올 초만 해도 TV 방송국들의 기대가 컸다. 도쿄올림픽과 미국 대선 등 대형 이벤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광고주들은 불황 속에 광고 예산부터 절감했다. 월마트는 소셜미디어 광고를 제외한 모든 광고를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광고시장 조사 기업인 WAR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광고비 집행 규모는 지난해 6126억달러에서 5630억달러로 8.1%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광고 예산 감소로 디지털 광고 규모도 일시 역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 우위의 시장 지형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공고화할 전망이다. JC페니, 니먼마커스와 같은 미국 백화점이 도산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 가속화로 전통 광고 집행에 익숙한 광고주들도 사라지고 있다.

1분기만 보면 디지털 광고 시장을 과점한 구글과 페이스북은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도 선방했다. 구글은 유튜브 광고를 앞세워 전년 대비 21%, 페이스북은 일일 활성 사용자 수 증가에 힘입어 78% 증가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게임, 온라인 교육, 배달 등 코로나 사태 수혜 기업들의 광고가 나머지 기업의 광고 집행 감소분을 상쇄한 것이다. 비대면 광고 집행이 늘면서 몰로코의 월 매출도 2배로 뛰었다.

지난 5월 말 미국의 대형 방송사 컴캐스트, 비아콤CBS 등이 애드테크 기업 ‘블록그래프’의 지분을 확보한 것은 이런 광고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유럽 시장 리포트에서 "방송사들은 인수합병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디지털 광고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2020년 6월 12일 Weekly Biz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류현정 기자 (dreamsho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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