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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만취해 '16년 돌본' 장애인 형 살해한 동생…감형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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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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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상태로 16년간 돌봐온 장애인 형의 목을 졸라 살해한 동생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준명 재판장)는 A씨(41·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0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장애를 가진 친형 B씨(43)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B씨는 2003년 교통사고로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이후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두 형제의 어머니와 동생 A씨는 평생을 침대에서 지내야만 하는 B씨를 정성으로 돌봐왔다. 세상과 단절돼 절망에 빠진 B씨가 소리를 지르고 기저귀를 던지는 등 짜증을 내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B씨를 16년간 간병해오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간 A씨는 끝내 2019년 9월24일 오후 8시50분쯤 만취한 채로 형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당시 A씨가 집에 들어서자 B씨는 느닷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침대에 누워있던 B씨에게 다가가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고 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이후 술에 취해 잠이 든 A씨는 다음날 B씨 옆에서 잠이 깼다. A씨는 평소처럼 B씨에게 물을 떠다 주고 담배를 건네다가 형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급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린 뒤 B씨에게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했지만 형은 이미 숨진 뒤였다.

A씨는 지난 밤 기억을 되짚어 본 결과, 자신이 형을 때리고 목을 졸랐던 사실을 떠올렸고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B씨의 목을 위에서 아래로 압박한 점, B씨의 유력한 사망원인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되는 점 등을 미뤄 A씨의 살해 고의성을 추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상해 고의를 넘어 살해하려 했다고 완벽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16년 동안 고충을 이겨내며 돌봐온 형을 한순간 살해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어 "사인을 경부압박질식사로 단정할 수 없다는 부검감정서와 전문심리위원의 의견 등에서 고의로 목을 졸랐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모친과 누나가 A씨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고, A씨는 사랑했던 형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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