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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UNIST, 유방암의 간 전이 과정 규명…'인공 간 칩'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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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나노 소포체, 간 혈관 벽에 종양세포 접착 늘려

조윤경 교수 "장기에 암세포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 조성 확인"

연합뉴스

'ACS 나노' 표지에 나온 연구 이미지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미세 유체 칩 위에 사람의 간을 모방한 '인공 간 칩'(Liver-on-a-Chip)을 이용, 유방암이 간에 전이되는 과정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울산과기원에 따르면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윤경 교수 연구팀은 인공 간 칩으로 암 전이 과정에서 나노 소포체의 역할을 밝혀냈다.

나노 소포체는 세포가 배출하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행낭이다.

세포들은 이 소포체 안에 각종 단백질 정보를 담아 서로 소통하는데, 암세포 역시 소포체를 배출한다.

그동안 암세포에서 배출된 나노 소포체가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있었지만, 복잡한 생체 내에서 이를 직접 검증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간세포가 배양된 칩을 이용했다.

유방암에서 나온 나노 소포체는 간의 혈관 벽을 더 끈끈하게 해 '유방암 씨앗'(순환 종양 세포)이 혈관 벽에 3배 이상 더 잘 달라붙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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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의 간 전이 현상과 인공 간 칩의 구조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노 소포체 표면의 종양 성장 인자가 혈관 벽 '끈끈이 단백질'인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장기에 암세포가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전이가 잘 발생한다는 '토양과 씨앗' 가설이 이번 연구로 힘을 얻게 됐다"며 "나노 소포체는 이 과정에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비료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제1 저자인 생명과학부 김준영 박사는 "'인공 장기 칩'(Organ-on-a-Chip) 기술을 나노 소포체에 의한 암 전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최초로 적용했다"며 "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를 함께 배양해 인체 간 조직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혈액을 흘려보낼 수 있어 혈액 속에 포함된 나노 소포체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외에도 간 전이가 잘 발생하는 암, 간 전이가 발생하지 않는 암, 건강한 사람의 나노 소포체 등을 대조군으로 사용했다.

간 전이가 잘 발생하는 췌장암 유래 나노 소포체는 유방암과 동일한 효과를 보였다.

또 간 전이가 발생한 유방암 환자는 간 전이가 발생하지 않은 유방암 환자나 정상인보다 나노 소포체의 종양 성장 인자 발현량이 많았는데, 이는 나노 소포체의 종양 성장 인자 발현과 순환 종양 세포의 접착 수 증가 간 연관성을 보여 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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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조윤경 교수 연구팀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 성과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24일에 출판됐다.

연구는 아산병원의 이희진 교수팀과 함께 진행됐으며,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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