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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당정 ‘데이터 기본법’ 추진…개인정보보호법 무력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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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 기본법 공청회. 과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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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데이터의 상업적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데이터 기본법’ 입법을 추진한다. 데이터 기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산업계 요구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 청부입법’으로 진행되는데다, 1년 넘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정된 데이터3법에 기초를 둔 ‘개인정보 보호 거버넌스’를 무력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더불어민주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주 중 ‘데이터 생산, 거래 및 활용 촉진에 관한 기본법’을 발의한다. 겉으론 의원 입법 형태이나, 법안은 사실상 과기부가 만든 ‘청부입법’ 형식을 취했다. 정부가 신속한 입법이 필요할 때 종종 쓰는 편법이다. 이진수 과기부 정보통신정책과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간 데이터 산업을 규율하는 법안이 현재는 없다. 지난 5월 ‘데이터 뉴딜’ 정책이 발표된 뒤부터 이야기가 나와 과기부 주도로 법안 초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법안의 윤곽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를 보면,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로부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데이터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재료”로 간주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으로 정의한 ‘정보주체’는 “데이터의 주체가 되는 사람”인 ‘데이터 주체’로 정의하는 등 데이터 관련 기본 개념도 재정의했다.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데이터전략위원회를 만들어 과기부와 행정안전부 주도로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정책을 총괄토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이에 데이터기본법이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 등 9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7일 데이터기본법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 의견서를 내놨다. 이들은 “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우회할 수 있게 해 개인정보 보호를 무력화할 위험성이 크다. 데이터 주체 등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체계의 혼란과 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일원화 하려는 흐름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데이터 이동권 등 문제를 이 법에서 다루면 과기부가 개인정보 문제에 관여하게 돼 이제 막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일반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됐다는 맥락을 고려해보면 민간 사업자들도 (데이터 기본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짚었다. 민간 데이터에 관한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데이터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민사회에선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우려”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도 “시민사회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책 당국이 10~20년 앞을 내다보고 데이터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음 대선이 1년여 남은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 청사진을 내놓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급하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찾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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