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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결국 딸 못이겼다…日공주 약혼자 논란 속 2년만에 결혼 승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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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대학 동기와 결혼을 놓고 왕실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던 일본 마코(眞子·29) 공주가 아버지인 후미히토(文仁·54) 왕세제로부터 결국 승낙을 받았다. 2년 전 약혼자 가족을 놓고 각종 논란이 일며 결혼 반대 여론이 높아졌지만 마코 공주 커플은 “서로가 둘도 없는 존재”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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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큰손녀 마코(眞子·25) 공주가 2017년 대학 동기 회사원인 고무로 게이와 약혼을 발표하는 장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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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미히토 왕세제는 자신의 55번째 생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딸의 결혼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모로서 본인들의 심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혼을 허용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후미히토 왕세제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친동생으로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하지만 후미히토 왕세제의 이날 발언은 기꺼운 승낙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은 “관련 문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후미히토 왕세제가 표현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코 많은 사람이 납득하고 기뻐해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혼할 단계가 되면 경위를 포함해 제대로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보이는 형태로 대응해야 한다"며 예비부부가 부정적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후미히토 왕세제가 이처럼 조심스럽게 딸의 결혼 문제를 언급한 건 약혼자 고무로 게이(小室圭·29)의 어머니 고무로 가요(佳代)의 금전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마코 공주가 결혼을 발표했을 때 이들의 결혼이 불러올 경제효과가 1000억 엔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여론은 축복 일색이었다.

하지만 2002년 남편과 사별한 약혼자의 모친이 2010년부터 교제한 남성에게서 빌려 간 돈 400만엔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당시 일왕이던 아키히토(明仁ㆍ87)의 맏손녀를 이런 논란이 있는 가문과 결혼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전에 이 같은 문제를 몰랐던 후미히토 왕세제 역시 적잖이 당황했다.

설상가상으로 고무로의 아버지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가요가 신흥 종교 신자라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이어 가요가 왕실에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결국 마코 공주는 2018년 11월로 예정했던 결혼식을 2020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고무로는 그해 8월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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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히토 왕세제와 키코 비(왼쪽).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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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년이 넘는 시간에도 마코 공주의 마음이 변치 않자 왕세제도 결혼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13일 마코 공주는 궁내청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며 “결혼은 우리의 마음을 소중하게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이 축복으로 결실을 맺을지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후미히토 왕세제 역시 딸의 결혼에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다.

일왕제를 연구하는 가와니시 히데야(河西秀哉) 나고야(名古屋)대 대학원 교수(역사학)는 아사히신문에 “‘상징 천황(일왕)제’에선 국민의 공감과 이해가 중요하다”며 “후미히토 왕세제가 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보이는 형태’를 언급한 건 공과 사 두 입장에서 괴로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고 평했다.

궁내청 직원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야마시타 신지(山下晋司)도 “후미히토 왕세제가 딸과 약혼자의 대응에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마코 공주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왕실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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