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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보소득세’ 도입 무산…"조세회피" Vs "반기업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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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위 상정 못해 연내 처리 불발

“벼랑 끝 中企 등 떠미는 법” 반발

‘조세회피 방지’ 명분 강조 기재부

中企 현실 고려 미흡해 통과 못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년부터 중소기업이 쌓아 놓는 유보금에 과세(유보소득세)를 하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반발이 거세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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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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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0일 유보소득세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국회에서 올해 관련 세법을 처리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계획했지만, 이날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내년 시행 계획이 불발됐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유보소득세를 전격 발표했다. 가족회사(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가 초과 유보소득을 쌓아둘 경우 배당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물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당정협의,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로 이같은 개정안이 제출됐다.

기재부는 △법인을 세워 세금을 탈루하는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공정과세 △6~42% 소득세를 내는 개인사업자보다 낮은 법인세율(10~25%)을 내는 과세 형평성 문제 해소 △유보금을 쌓아두지 않고 투자로 유도하는 효과 등을 이유로 유보소득세 도입을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개인·법인 간 과세 차이를 이용한 소득세 회피가 방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책 타이밍(시점) 등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들이 골병이 들었는데 유보소득세로 허리까지 휘게 생겼다는 반발이 거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2~16일 비상장 중소기업 309개를 대상으로 유보소득세에 대한 의견조사를 한 결과, 도입 반대 의견이 90.2%에 달했다.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놓인 중소기업의 등을 떠미는 악법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부담 수준을 놓고도 정부와 업계의 간극은 컸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10월29일 시행령을 공개하면서 예외조항을 뒀다고 강조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의 입장을 달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초과 유보소득을 갖고 있으면 조세회피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부담감, 향후 언젠가 증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야에서 “초과 유보소득 과세 유예 및 환급 조항 등을 신설해야 한다”(이광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추경호), “세원 확보 노력도 정도껏 해달라”(윤희숙)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안이 논의됐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을 고려해, 이번에 법안 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유례없는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경영을 통제하고 옥죄는 후유증이 우려됐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이어서 처리 불발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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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12~16일 비상장 중소기업 309개를 대상으로 유보소득세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 의견이 90%를 넘었다. 반대 이유로는 기업의 자율성 침해(34.1%) 우려가 컸다.단위=% [자료=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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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12~16일 비상장 중소기업 309개를 대상으로 유보소득세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 의견이 90%를 넘었다. 반대 이유로는 기업의 자율성 침해(34.1%) 우려가 컸다.단위=% [자료=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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