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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제? 벌금 무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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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39% “준비 안돼 있다” 하소연

“인력 추가 채용 여력 갖춘 곳 없다”

“월급 줄어드는데 누가 반기겠나”

숙련직 이탈, 경쟁력 하락 우려도

“탄력근로 등 부작용 줄일 대책을”

중앙일보

정부가 50~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한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사진은 주 52시간제에 대비해 인력 확충 대신 근무시간을 줄인 경남 밀양의 한 중소기업의 작업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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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불법을 저지른 기업이 되고, 벌금을 무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지역의 한 중소 조선사 A인사팀장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야외에서 구조물 조립을 하는 조선업 특성상 기상에 따라 근무일이 들쑥날쑥한데, 연장근로를 못 하게 되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초과 근무를 안 하려면 인력 채용을 늘려야 하지만, 지금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조선소 외에 그런 여력을 갖춘 곳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 52시간제 유예기간의 종료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30일 ‘추가 유예’는 없다 입장을 밝혔다. 주 52시간제가 현장에 안착했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9월 50~299인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81.1%의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이미 ‘준수 중’이라고 답했다. 또 내년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91.1%가 ‘준수 가능’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준수 중’인 기업이 57.7%, 지난해 연말까지 ‘준비 가능’하다는 기업이 83.3%였다.

하지만 일부 중견·중소기업계는 반발은 여전하다. “계도기간 종료는 중소기업에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할 것”이라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논평이 나올 정도다. 인천에서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B회장은 “지금도 인기 차종의 경우 주 60시간 가동해도 납기를 맞추기 빠듯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회복기가 되면 생산이 정상화돼 계약 물량을 맞추기가 더 힘들지는데, 공급 차질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C대표는 “지금 잔업·특근을 해서 월급 300만원 정도 받는 근로자가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220만~23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누가 월급 줄어드는 걸 반기겠나. 결국 회사와 근로자 모두가 원치 않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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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주 52시간제 준비 못한 이유


무엇보다 숙련 근로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걱정이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잔업 특근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임금 감소로 20%가량이 다른 업종을 이직할 것을 예측된다”며 “생산성 하락은 결국 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한 39%의 중소기업은 “채용인력에 대한 비용부담”(52.3%, 중복응답)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구인난”(38.5%)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28.7%)가 뒤를 이었다.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은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북에서 농기계 부품을 납품하는 D대표는 “인력 충원을 못 하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수주받은 물량의 20~30%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조치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초과근로가 어려워짐에 따라 시의적절한 생산량 유지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으며, 추가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국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등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재갑 장관은 “내년에도 여전히 주 52시간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자율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해 현장 안착을 지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개편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김영주·하남현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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