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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무부 간부들도, 감찰관실 검사들도 秋에 반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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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운명의 한 주] 秋가 자초한 검란… 총장대행 “尹, 쫓겨날만 한 비위없다”

한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최측근이었던 조남관(총장 직무대행) 대검찰청 차장검사, 현재 추 장관을 보좌하고 있는 법무부의 간부 검사들이 30일 윤석열 총장의 직무정지에 반발하는 검란(檢亂)에 합류했다. 전국 59개 일선 검찰청과 대검, 법무부 등 한 곳도 빠짐없이 검사들이 들고 일어섰을 뿐 아니라 한때 추 장관을 돕던 검사들도 등을 돌린 것이다.

조선일보

秋의 검찰국장이었던 총장대행까지… - 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이 30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추미애 법무장관에게“윤석열 총장의 직무 집행 정지 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조 차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뒤쪽)과 추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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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찰 간부는 본지 통화에서 “저들(추 장관과 일부 측근 검사)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감찰이나 수사가 아니라 숙청(肅淸)”이라며 “그래서 불법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과 소수 심복의 행태에 ‘더 이상은 참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그들을 직권남용, 공문서(감찰 서류) 변조 등의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秋 보좌했던 대검차장 “윤 총장 비위·범죄 없다”

조남관 대검 차장은 이날 오전 9시 37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장관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과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발만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부제를 단 글을 올렸다. 노무현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특감반장 출신인 그는 현 정부 들어 추 장관이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인물이다. 검찰총장 후보군인 대검 차장에 배치되기 직전에는 검찰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인사·예산 총괄)으로 추 장관을 보좌했다. 이런 그가 추 장관 결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A4 용지 2장 분량의 글에서 조 차장은 “저를 포함해 대다수 검사는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 직무정지를 발표하면서 “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조 차장은 “총장님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살아있는 권력이나 죽어 있는 권력이나 차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하여 공(功)을 높이 세우신 것에 대해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추 장관이 제시한 또 다른 직무정지 근거인 ‘정치적 중립 손상’을 부정했을 뿐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 즉,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일가 사건, 원전 사건 수사가 정당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 과장, 감찰팀 검사들도 ‘행동’

조 차장이 글을 올렸을 무렵인 이날 오전 9시 40분쯤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는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추 장관을 보좌하는 법무부 과장급 검사 12명이 출근하자마자 고기영 법무차관을 찾아가 추 장관의 ‘검찰 농단’에 항의하는 의견서를 주고 추 장관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날 밤 긴급 회의를 열고 “더 이상은 묵과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윤 총장 해임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2일 검사징계위의 중단·연기를 요구했다. 또 불가피하게 2일 징계위가 열릴 경우, 심재철 검찰국장 등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법무부 검찰국 소속 평검사들이 심 국장을 통해 추 장관에게 비판 성명을 전달했다.

또한 이날 법무부 감찰관실 검사들은 윤 총장 감찰을 밀어붙이고 있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을 찾아가 “감찰 기록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박 담당관 밑에서 일해왔던 이정화 검사가 전날 ‘윤 총장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작성한 보고서가 (기록에서) 삭제됐다’고 폭로한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다. 박 담당관은 이를 거부했으며 직속 상관인 류혁 감찰관에게도 감찰 기록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법무부 내부에서 추 장관과 그를 ‘추종’하는 검사들에 대한 십자포화가 가해지자 일선 검사들도 지원사격을 했다. 한 평검사는 이프로스 댓글에서 “추 장관은 (남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법무부가 검찰총장과 검사들에게 ‘제때 밥줄 테니 가만히 잘 들으라’는 식충이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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