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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능성 낮았던 검란, 윤석열 징계에 현실화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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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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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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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윤 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를 놓고 사실상 검찰의 대다수 조직과 조직원들이 부당성을 주장하며 추 장관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로 검찰총장직을 대행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추 장관이 한발 물러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의 대의를 내세웠다. 검찰 조직 대부분이 돌아선 상황에서 추 장관이 내세웠던 '검찰개혁의 완수'란 있을 수 없다는 의미지만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조직, 사실상 추미애에 불신임 선언




검찰 조직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조치를 놓고 추 장관에 대해 불신임을 공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전국 고검장들을 비롯해 검사장, 차장 등 중간 간부, 평검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조치가 위법·부당하다며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냈다. 윤 총장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조차 "과거의 과오를 자성한다"며 추 장관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하면 추 장관 직속인 법무부 소속 간부급 과장들도 추 장관의 조치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윤 총장을 대신해 검찰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조남관(고검장) 총장대행이 지난달 30일 추 장관에게 "저를 포함한 대다수 검사들은 윤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직설한 것은 추 장관에게 대단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진다.

조 총장대행은 직전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하다 지난 8월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조 총장대행은 특히 "이번 조처가 그대로 진행되면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검찰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리고 수포로 돌아가 버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올 수 있다"고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이고 개혁에 앞장선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 조직 구성원들이 검찰 최고 지휘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돌아서게 되면 남은 검찰개혁 과제 완수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사로 줄세우기…보복 수단된 감찰에 공분




앞서 윤 총장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이른바 '검란(檢亂)', 즉 검찰 조직의 집단 행동이 이어질 지 관심이 이어졌지만 그동안은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치부됐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비쳐져선 안된다는 의식이 예전보다 강해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집단적 일체성 또한 약화됐다. 특히 추 장관이 강력한 인사권을 휘두르며 과거와 같이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검사동일체 원칙'을 무력화시킨 것이 주효하단 평가를 받았다.

인사권은 추 장관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부임 직후 이뤄진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윤 총장의 대검 참모들을 모두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정권 관련 수사팀 해체, 친 정권 인사 중용 등 강력한 인사권을 휘둘렀다. 검찰 안팎에선 "결국 정권에 충성하는 검사들이 출세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주는 것"이라며 "검찰의 80%는 추 장관 라인으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윤 총장을 확실하게 '식물총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인사로 직권남용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혹독한 비판이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인사란 평가도 나왔다.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형사·공판부 강화를 내세워 특수·공안 중심으로 형성돼 왔던 검찰 내 주류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명분으로 삼았다.

윤 총장과 일부 특수부의 문제에서 대다수 검사들이 공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감찰과 징계, 나아가 수사를 보복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모습 때문이란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평검사들의 '커밍아웃' 댓글 사태 불을 붙인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처음 올린 글에서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며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과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한 차장급 간부 검사는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어 정권 비리 수사를 하는 검사들에 대해서도 언제든 직무배제해 징계나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며 "윤 총장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검사의 직분을 지키기 위해선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징계 "멈출수 없다"…검찰 반발 후폭풍은




추 장관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 내 조직 반발의 크기와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 때문이다. 이른바 평검사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질 때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는 "너무나 큰 인식의 간극에 당혹감을 넘어 또 다른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해 온 검찰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다수의 관측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며 집단 행동에 나선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추 장관은 징계 절차를 통해 해임 강수를 끝까지 두는 수밖에 없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추 장관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지금 상황에서 멈출 수 가 없다. 끝을 봐야 한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며 "그 구체적 방법은 추 장관에게 위임된 상황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검찰 내 반발을 단순히 집단 이익으로 치부할 경우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감찰을 담당했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가 윤 총장 수사의뢰 공문서 조작을 고발하는 내부 폭로가 나오는 등 윤 총장 징계 절차와 관련한 위법 논란이 검찰 내부에서 불거진 바 있다. 윤 총장 징계 이후 추 장관 역시 거취 문제 등을 통해 검찰 조직 장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 과제를 전면에 다시금 띄울 가능성도 있다. 수사·기소 전면 분리나 영장 청구권을 내세운 개헌 등을 통해 검찰권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내걸고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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