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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은퇴' 정조국 "스트레스 받는 자신 발견, 내려놓을 시기라 판단했다"[SS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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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30일 서울 모처에서 정조국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준범기자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정조국(36)이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난다.

정조국은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K리그2 대상 시상식 2020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대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안양LG(현 FC서울)에 입단해 K리그에서만 17시즌을 보냈다. 정조국은 K리그 통산 392경기 121골 29도움을 남긴 채 제2의 축구인생을 설계하기로 했다.

◇쉽지 않았던 은퇴 결심…“내 의지로 내려놓고 싶었다”
2003년 데뷔 첫해 12골2도움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조국이다. 시간이 흘러 흘러 공로상을 받고 은퇴를 결정하는 날까지 왔다. 그는 “데뷔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제 일 같은데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진다. 그래도 오래 잘 버텨서 자신한테도 뿌듯한 거 같다”고 돌아본 뒤 “공로상은 어떤 상보다 값지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데 뜻깊은 상을 받게 돼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면서 “그동안 받은 많은 사랑을 되돌려 드려야 한다는 책임도 생긴다. 무게감이 많이 느껴진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정조국은 올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2 우승에 일조했다. 주연은 아니었다. 올시즌 12경기 출전에 1골에 그쳤다. 필드 대신 후배들을 다독이고 쓴소리도 하며 조력자로서 팀을 다잡았다. 제주는 내년시즌 1년 만에 K리그1으로 올라가지만 정조국은 박수칠 때 떠나기로 했다. 그는 “고민을 오래 했다. 상의도 많이 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내 의지로, 스스로 내려놓을 시기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더 해도 될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이 딱 좋은 때인 거 같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축구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축구가 즐거웠고 재밌었고 욕심이 났다. 체력적으로, 피지컬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나약해졌고 나를 많이 괴롭혔다. 버티기 힘들었다. 타의에 의해서 아니라 내 의지로 내려놓고 싶었다”고 은퇴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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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사람 정조국으로도 괜찮았다고 기억됐으면…”
392경기. 8경기만 더 뛰었으면 4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출전 기록보다 공격수로서 넣지 못한 득점 찬스를 떠올렸다. 정조국은 “나중에 아쉬울 수 있겠지만 사실 숫자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은 있다. 골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기회에서 득점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다”고 돌아봤다. 또 “대표팀은 참 아쉽다.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의 꿈이고 목표다. 대표팀 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고, 만족할 성과도 못 얻었다.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것도 많이 후회되고 반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사일처럼 빠르고 파괴력 있는 그의 슛에 팬들은 ‘패트리어트’라는 별명을 붙였다. 정조국은 30대에도 득점력을 과시했다. 지난 2016년 광주FC로 이적해, 31경기에 출전해 무려 20골 1도움을 기록하며 데뷔 첫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조국 같은 국내 공격수를 찾기 힘들다. 그는 “결과를 내야 하는 프로 세계에서 외국인 선수 더 많이 써야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공격수들도 상황 탓만 해서는 안 된다.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저 또한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어렸을 때는 ‘왜 국내 선수 대신 외국인 선수를 쓰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경쟁력 생기고 더 많은 걸 배운다. 이겨내기 위해 고민하는 게 선수들의 자세라고 본다”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많은 사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현역 생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훌륭한 선수라기보다는 좋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저를 생각했을 때 웃음이 날 수 있는 선수, 그리고 선수 정조국을 넘어 사람 정조국으로도 괜찮았다고 기억되면 감사할 거 같다”고 말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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