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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방역지침 잘 따른 게 죄?"…3년 준비하고 시험도 못본 임용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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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학원發 감염…"누군 응시, 누군 격리"

확진 수험생들, 재시험 요구…법적대응 검토

"수능처럼 확진자 고사장 마련했어야"

교육부 "재시험 시 또 형평성 논란 불거져"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확진자임에도 진단검사 결과를 늦게 받은 사람은 시험을 치렀고, 결과를 빨리 받은 사람은 1년 뒤에 시험을 치게 됐습니다. 분명히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이데일리

2021학년도 공립 중·고교 교사 등을 뽑는 임용시험이 진행된 21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의 한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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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노량진의 임용시험 학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회복 중인 김원재(25·가명)씨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병세 때문은 아니었다. 다행히 김씨는 별다른 증상은 없는 상태다. 다만 지난 21일 실시된 202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응어리져 있었다.

김씨는 이번 임용 시험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지난 2년 동안 낙방했지만, 이번에야말로 꼭 합격하겠다는 의지로 1년간 절치부심했던 그였다. 하지만 시험을 하루 앞두고 걸려온 `코로나19 양성 판정` 전화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3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음주 등 유흥을 즐기다 감염이 된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그저 시험 준비를 했을 뿐인데 응시하지 못하게 돼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수능은 확진자도 시험 보면서 왜 우리만”

지난 18일, 내년도 중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 1차 시험을 이틀 앞두고 서울 노량진의 한 임용시험 준비 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집단감염으로 번지면서 시험 당일 아침까지 6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자가격리 수험생 전원은 검사를 진행하고 음성으로 확인된 응시자 142명은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밀접 접촉자는 아니지만 일제 검사 대상자로 통보받은 수강생 395명 역시 일반 응시자와 분리돼 별도시험장에서 응시했다.

하지만 확진자임에도 시험을 친 수험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대구 지역 응시자 중 1명이 시험 전날인 지난 20일 진단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 수험생은 시험 후에야 확진 통보를 받았다. 응시 시점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응시제한 대상인 확진자도 아니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앞서 교육부는 노량진 학원 집단감염에도 임용시험을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검사 결과가 시험 전에 모두 통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확진자임에도 일부 수험생은 결과 통보를 늦게 받으면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빨리 검사를 진행했던 수험생은 시험지조차 받지 못하게 된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밀접접촉자는 음성 확인까지 제출해야 응시가 가능했지만 그 외엔 일단 진단만 받으면 응시할 수 있게 했다”며 “해당 수험생은 밀접접촉자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능과 같이 확진자를 위한 별도 고사장을 마련하는 등 교육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교육대학원을 마치고 올해 두 번째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던 이모(27)씨는 “응시 인원이 훨씬 많은 수능은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적극 대비했다”며 “임용시험은 응시 인원이 훨씬 적어 대비가 더 쉬웠을 텐데도 시험을 일방적으로 못 보게 하는 게 타당하냐”고 지적했다.

재시험 기회 요구에 교육부는 선 긋기

현재 확진 수험생들은 격리생활로 집단행동이 불가한 탓에 온라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수험생의 가족이 지난 23일 올린 `임용고시 및 국가시험 관련 코로나 확진자 응시 불가 조항을 재검토해주세요`라는 청원에는 이날 기준으로 4400명이 동의했다. 이 밖에도 `202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고시 시험 응시 제한자(코로나19 확진자) 구제해야 합니다`, `중등 임용고시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등의 청원에 수백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하는 것은 재시험 기회 부여다. 재시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을 시 교육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과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재시험 기회 보장은 불가하다며 구제책 마련에 선을 긋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능은 하루 동안 가장 최대 규모의 시험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사전에 관리 체계를 마련한 것”이라며 “수능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험에서 확진자의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사전에 안내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안전한 시험 환경을 마련도 중요하기에 이미 지난 9~10월 확진자 응시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며 “확진자가 응시하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재시험 기회를 줄 경우 기존 응시생과의 형평성 논란이 또 불거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가 주관 시험의 응시 기준이 통일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응시범위를 확진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행·재정적 검토까지 추가로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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