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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보시라"던 호텔 개조 주택… 1인가구에만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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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개조 주택 직접 가봤더니]

세탁·취사시설 공동 사용 등

3~4인 중상층 수요와는 괴리

온라인 상에 비난글 잇따라

아시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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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 정책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호텔 거지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호텔 리모델링 현장에 가보신 적 있으시냐. 가보시면 청년들에게 힘이 되는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를 통해 "가보시면 알 것"이라고 장담한 호텔 현장이 1일 공개됐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원룸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안암생활'이다.


2012년 준공된 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쓰이다 관광호텔 '리첸카운티'로 전환됐던 건물를 개조해 122실 규모로 조성됐다. 시세 45% 수준의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27~35만원, 관리비 6만원이 책정됐다.


실제로 찾아가 본 호텔 현장은 1인 청년 가구에 살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어 보였다. 원룸의 문제로 지적받는 수납공간도 붙박이장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했고, 냉장고 등 다양한 가구와 깔끔한 화장실도 구비돼 있었다.


입주예정자 이한솔(27)씨는 "1인 비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 카페와 코워킹 스페이스 등 공용공간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현재 살고 있는 동대문구 옥탑방도 보증금 3000에 45만원을 내고 있는데 필요한 가구가 대부분 있고 임대료도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주택은 실내에 세탁이나 취사시설이 없다. 박세영 LH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은 "도심에 거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 공용시설을 마련했다"는 설명이지만 지하에 마련된 취식시설이나 분리수거장 등은 122실이라는 주거인원 규모에 적합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주택 내부 사진 등을 접한 전모(26)씨는 "실내에 취사 등 시설이 없으면 사실상 시설만 좋은 기숙사, 고시원이지 않느냐"며 "여유만 된다면 좀 더 좋은 방을 찾고 싶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모(30)씨도 "만든 사람들이 원룸에 살아봤는지 의문이다. 또 다른 주거 계급을 만드는 꼴"이라며 "하나를 짓더라도 제대로 지어서 공급해달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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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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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해당 주택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비난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주택이 전세대란으로 인한 중산층의 고통 해소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정부가 내놓은 전ㆍ월세대책은 실제 추진 과정에서 중산층의 전세난 대책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3~4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아파트 대신 손쉽게 공급할 수 있는 1~2인 가구만 홍보하는 인식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격차는 '호텔 거지' 단어를 두고도 극명히 드러난다. 전날 송 의원의 '호텔 거지' 발언을 두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옥·고'(지하ㆍ옥탑방ㆍ고시원)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와 청년 가구가 호텔에서 사는 걸 가지고 거지라는 말을 쓰느냐"며 "듣다듣다 이런 말까지 듣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호텔 거지'라는 단어는 '호텔에 어떻게 다인 가구가 사느냐'라며 '국민들을 '거지'로 아느냐'는 자조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비롯된 말이다.


40대 A씨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면 당연히 청년 1인가구에게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세 식구가 원룸에 들어가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국민들한테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30대 B씨도 "중산층 전세가 없다는데 1인 거주용 월세 집을 내세워 당당히 자랑을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전히 공급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그렇게 업계에서 공급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효율적 대책이라고 강조해왔는데도 부정해오다 이제야 공급 확대로 스탠스를 돌렸지만 아직도 정확히 어떤 공급이 필요한지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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