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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CNN "中, 코로나 초기 확진·사망 축소했다" 내부문건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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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병 초기에 공개했던 확진자·사망자 수가 축소된 것이라는 폭로 문건이 나왔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 초기 대응 과정에서 심각성을 축소·은폐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익명을 요구한 내부고발자가 CNN에 제공한 중국의 코로나 관련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후베이성 보건당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작성했다는 117페이지짜리 기밀문서 표지에는 '내부문건, 비밀을 지켜주길 바람'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후베이성은 신규 확진자를 5918명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같은 날 중국 전역에서 2478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추가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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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당국이 코로나 초기에 진실을 검열해 발표했다고 CNN이 30일(현지시간) 내부 문건을 인용해 폭로했다. 사진은 지난 1월 25일 중국 우한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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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에 따르면 사망자 숫자도 축소된 정황이 있다. 지난 2월 17일 후베이에서 확인된 일일 사망자 수는 196명이었으나 발표는 93명으로 나왔다.

3월 7일의 경우 누적 사망자 수는 2986명이라고 발표됐지만 내부 문건에는 3456명으로 되어 있었다.

또 CNN은 "다른 보고서에는 2월 10일까지 코로나 19로 6명의 의료 종사자가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사망은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NN은 "나쁜 뉴스를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리들만 알고 있고 대중들에게는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초기 대응에 허점을 보였다는 정황도 문건 곳곳에서 드러난다.

후베이성에선 지난해 12월 대규모의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했다. 입수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인플루엔자 환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96% 급증했다. 후베이성 의료 기관에는 이미 환자가 넘쳐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후베이성 보건 당국이 코로나 초기 대응에 역부족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병 초기에 중국의 코로나 검사 결과에 걸리는 평균 시간이 매우 길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문건의 3월 초 기록에 따르면 코로나 증상이 시작된 후 확진 진단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3.3일이나 됐다. 미 존스홉킨스 건강 안전 센터 소속의 아메쉬 아달자는 이를 "오늘 결정을 내리는데 약 3주 전의 자료를 참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와 싸워야 할 의료 관계자들이 자금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정황도 있다. 내부 문건에는 후베이 지방 정부의 운영 자금 부족에 대해 불, 인력 충원 예산이 연간 목표보다 29%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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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 중증환자들이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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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문건을 제공한 내부고발자는 중국 의료 시스템 내에서 일했으며 '검열된 진실'을 폭로하려는 의욕에 차 있다"면서 "문건 내용의 진실성은 6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입증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전문가는 올해 초 비밀 조사 중에 이 보고서 중 일부를 봤다고 언급했다. 중국 내부 문서와 절차에 정통한 유럽 보안 당국자도 이 파일들이 진짜라는 사실을 CNN에 확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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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숨진 중국의 의사 리원량(가운데)의 모습을 그린 그림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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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중국 외교부, 국가보건위원회 등에 연락해 문서에 관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응답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 문서들은 의료 관계자들이 임박한 재난의 규모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관계 당국이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은 파일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월드 오 미터에 따르면 1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6357만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약 147만명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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