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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민주당 내부서도 전망 갈린다...'윤석열 내쫓기' 시나리오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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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부서울청사에서 10여분간 독대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국무회의장에 올라오고 있다. 전날 정 총리가 문 대통령에 "추·윤 동반사퇴"를 주장하자 문 대통령은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안이 커지자 정 총리 측에선 "정 총리는 추 장관에 대한 사퇴가 아닌 윤 총장 사퇴만 언급했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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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2일)를 하루 앞둔 1일 여권의 시선은 일제히 정세균 국무총리로 향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정 총리가 “윤 총장의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지만, 물러나지 않는다면 추 장관과의 동반 사퇴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정 총리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정부서울청사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10여 분간 독대한 것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법무부에선 “사퇴 논의는 없었다”고 반응했지만 정가의 해석론은 “정 총리가 ‘동반 사퇴’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라는 것으로 기울었다. 해결사로 나선 듯한 정 총리의 움직임과 그를 매개로 불붙은 동반퇴진론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시선은 크게 세 갈래로 갈라졌다.



①강경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변과 당의 주류 그룹에선 아직 강경론이 강한 기류다. 2일 법무부 징계위가 ‘해임’을 의결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징계를 요청하고 문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은 “윤 총장에 대해선 법과 제도가 정한 절차대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 거취에 관한 이 대표는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25일 “윤 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말했지만 윤 총장이 버티기에 나선 뒤론 강경론을 고수해 왔다는 게 이 대표 주변의 설명이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법무부 징계절차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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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는 지난달 25일 최고위를 끝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직접 언급을 삼가고 있다. 본인이 제안한 국정조사에 야당이 응하자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물러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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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론은 친문 극성 지지층의 의사와도 부합하는 입장이다. 이날 문파들이 장악한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오늘 동반 사퇴론자로 부각된 정 총리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안그래도 친문 지지층 이탈 조짐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강경론’ 이상의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②순차퇴진론



이재명 경기자사와 가까운 그룹에선 ‘선(先)윤석열·후(後)추미애’ 퇴진론이 나온다. 동반 사퇴론과 결과는 같지만 과정과 메시지가 다른 주장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중진 의원은 “‘장모 사건을 더 키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줘서 윤 총장 퇴로를 열어야 한다”며 “동시 사퇴는 격에 맞지 않지만 시차를 두고 추 장관도 사퇴시키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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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3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대통령을 지키려고 한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가 여권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움직임에 반발하며 "노 전 대통령이 울고 있다"고 말하자 반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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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퇴진론은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그림일 수 있지만 현실성이 문제다. 친문 성향 초선 의원은 “지금까지 버텨 온 윤 총장이 하루아침에 사퇴하겠느냐”라며 “고민이 깊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연일 페이스북에 정치적 메시지를 올리고 있는 이 지사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 지사 측 인사는 “윤 총장 퇴진을 강하게 주장하면 오히려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얹혀간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표현을 조심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③동반퇴진론



그동안 ‘동반 사퇴론’은 비주류 중진(5선)인 이상민 의원 외에는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정 총리의 움직임으로 급속히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어떤 방법을 쓰든 이번에는 윤 총장 거취를 매듭지어야 한다”며 “추 장관을 물러나게 하는 게 그 방법이라면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 사퇴론에 힘이 실리는 건 징계위원회가 해임을 의결하고 나면 결국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스스로 내치는 그림이 연출될 수밖에 없어 정치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임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도 임기가 보장된 공무원을 징계절차로 해임하는 것이 적법하냐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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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은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달 27일 "판사 불법사찰 문건의 심각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직무정지 이후 서울 서초동 대검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대형 배너가 세워졌다. 연합뉴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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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가 두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것이냐가 이 해법의 문제다. 정 총리와 가까운 중진 의원은 “동반퇴진을 추진했다가 추 장관만 물러나고 윤 총장은 남으면 사태는 더 꼬인다”며 “총리가 윤 총장을 직접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권 중진 의원은 “절차대로 이달 중 윤 총장을 해임하고, 추 장관은 내년 2월 개각하면서 자연스레 내보내는 그림이 되지 않겠냐”며 “추 장관의 검찰개혁 성과는 인정하면서 혼란에 대한 책임도 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무부 징계위를 늦춰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징계위 연기를 법무부에 공식 요청했다. 정세균계 핵심인사는 “징계위를 미뤄서 대통령이 정치적 시간을 벌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결론내리고, 법원도 윤 총장 직무정지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자 여권 지도부 인사는 “내일 징계위를 앞두고 유감스런 결과다. 징계위 결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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