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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고기영 법무차관, 秋 설득 안되자 전격 사의…징계위 개최 여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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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고기영 법무부차관. 2020.10.27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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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회에 위원장 대행 자격으로 참석하기는 어렵다.”

고기영 법무부차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중간 간부인 과장급 검사 12명은 이날 오전 고 차관을 면담해 “징계청구가 부당하며, 이견을 표명한 법무부 검사의 직무 배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고 차관은 당일 추 장관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추 장관은 사표를 즉시 반려했지만 고 차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고 차관은 1일 법무부로 출근했지만 집무실 밖을 나오지 않았고, 추 장관이 사표를 수리한 이날 오후 늦게 법무부청사를 떠났다. 고 차관의 이탈로 추 장관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윤 총장 강제퇴출 시나리오가 분기점을 맞고 있다.

● 징계위원회 이틀 전 징계위원장 사직

고 차관은 추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2일로 예정됐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를 둘러싼 절차적 위법성과 무리한 징계 논리 구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 차관이 추 장관의 징계위 독주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자신의 사직 밖에 없었다고 느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위법성을 인지한 고 차관이 징계위를 강행했을 경우 향후 검찰 수사나 진상조사 등을 우려해서 회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차관인 고 차관은 당연직 징계위원이다. 징계청구권자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은 징계위원회에서 배제됐다. 이에 따라 고 차관이 추 장관을 대신해 권한대행으로 주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 차관이 사직하면서 추 장관이 징계위를 강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검사징계법에는 장관의 부재시 차관의 위원장 권한대행에 관한 규정은 명시되어 있지만 장관과 차관의 동시 부재시 누구를 위원장으로 할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법무부 직제 상 차관 바로 아래 직급은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다. 하지만 심 실장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과정에서 추 장관과 이견을 보이면서 결재 라인에서 배제됐다. 추 장관으로서도 심 실장이 이끄는 징계위원회를 강행했다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의결될 것이라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 4일로 연기된 징계위 개최 여부 불투명

법무부는 이날 오후 6시 9분 경 징계위를 4일로 전격 미뤘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검사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징계위 연기가 법무부 내부 사정이 아닌 윤 총장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오전 법무부 징계위의 기일 변경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징계심의 절차에서의 방어 준비를 위해 징계기록 열람등사신청, 징계 청구 결재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며 “법무부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해명의 준비를 할 수 없다”고 기일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 등을 징계위원회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징계위원 6,7명은 추 장관이 지명하는 인사 위주로 구성된다. 추 장관이 지명한 검사에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2명이다. 추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와 법학교수, 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등 각 1명씩도 징계위원이 된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에 대해서는 기피를 신청할 예정이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징계의 근거가 된 ‘판사 사찰 문건’을 추 장관에게 제보했으며, 대검 감찰부가 관련 문건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현장을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징계위원에 심 국장이 들어가는 게 확정되면 징계위 현장에서 바로 기피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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