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뤄진 두 개의 결정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입장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둘의 양보 없는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숙고 끝에 도출된 그나마 가장 객관성을 띤 것이기에 존중돼야 마땅하다. 서로 제 입장만 맞는다고 고집하며 맞부딪힐 때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늘 이런 판단들일 수밖에 없어서다. 무엇보다 두 결정은 불분명한 혐의만으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수사 의뢰한 것은 잘못됐다는 윤 총장 측의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너에 몰린 추 장관의 정치적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은 당연하다. 두 사람의 대치 전선에도 이들 결정은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듯하다. 당장 윤 총장 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그의 징계를 논의할 검사징계위원회가 애당초 예정됐던 2일에서 4일로 연기됐다. 법무부는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징계위를 미룬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직 징계위원으로서 징계위에 참석해야 할 고기영 법무차관이 사표를 내는 등 진통이 뒤따른 것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빚은 또 다른 부작용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절차에 따라 징계위는 열릴 테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사태는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을 공산이 크다. 장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리라는 시선을 받는 징계위는 이를 불식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 결론을 내려 노력해야 한다. 관건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로 거론한 여섯 가지 혐의 중 하나인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언론사주 만남, 정치적 중립 훼손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될 것이다.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한 현직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싸움은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여론이 많다. 정치 게임을 일삼는 여야 정치인 관계도 이 정도는 아닐 거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정부의 법무 행정 수장 겸 국무위원과 수사ㆍ소추를 맡는 준사법기관 수장의 갈등이 이 지경에 이르러 국정 에너지를 낭비하고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가 추 장관을 만나 현황을 보고받은 것이나 여권 내부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사퇴론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은 추 장관만 지면 된다면서 즉각 사퇴나 경질을 야당은 주장하니 이런 극과 극이 따로 없다. 코로나 3차 대유행 우려는 커지고 입법 과제는 수북한데 정기국회는 막바지에 들고 있고, 내년 4월 보궐선거는 서서히 다가와 그러잖아도 심각한 여야 대립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때가 때이니만큼 양인의 대결을 정국의 중심권에서 하루빨리 밀쳐내는 것이 요구된다. 코로나 정국의 진전을 위해서도, 검찰 개혁을 위해서도 그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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