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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법원, 한진칼 신주발행 허용… ‘항공 빅딜’ 급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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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KCGI 제기 ‘금지 가처분’ 기각

대한항공, 2020년내 6000억 아시아나에 투입

양사 LCC 3곳도 통합… 항공업계 재편

노조 반발·기업결합 심사 등 난제 산적

세계일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이 법원 문턱을 넘어선 가운데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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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법원이 1일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국내 양대 항공사 합병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이날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KCGI는 한진칼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이 조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18일 법원에 신주발행 금지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신주발행이 진행될 경우 주주연합이 당초 예상했던 한진칼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산은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있을 정도의 재무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반영됐다.

법원이 한진칼과 산은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도 예정대로 추진된다. 대한항공은 연내 계약금 3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 6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고, 내년 1분기 중 중도금 4000억원을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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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위기를 맞은 국내 항공업계 재편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세계 10위권의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은 물론,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3곳도 단계적으로 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최근 경영이 어려워진 다른 LCC들의 추가 매각도 급물살을 타는 등 국내 항공시장에 일대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진그룹의 경우에는 조 회장이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약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 약 10.7%를 갖게 되는 대신 조 회장과 3자 연합의 지분은 각각 줄어든다. 대신에 산은이 투자합의서에 따라 한진칼의 경영을 견제·감시하며 조 회장이 경영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사 노조의 반발,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코로나19 장기화 속 경영 정상화 등 최종 통합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진그룹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KCGI 측에 그간 주장해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번 기각 결정에 따라 2일 한진칼에 예정대로 5000억원을 납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 인수(3000억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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