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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죽음·파괴·비밀 담긴 문서, 마침내 바이든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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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일일 보고’ 첫 브리핑 받아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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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0일(현지 시각)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첫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PDB)’를 받았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차기 대통령이 정해지면,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받는 일일 정보 보고를 당선인에게도 공유해주는 게 미국의 관행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 절차 개시를 공식 승인하면서, 바이든도 PDB를 받게 된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이날부터 PDB를 받기 시작했다.

PDB는 미국의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중앙정보국(CIA)과의 협업으로 만들어,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간 대통령에게 제공한다. 미 정부와 미군이 수집한 모든 출처의 최신 정보 중 핵심적인 것만 골라 담는데, 대통령 선호에 따라 서면과 구두 보고를 적절히 섞는다.

트럼프는 긴 보고서를 싫어하고, 핵심 이슈에 대한 구두 보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두 보고는 도청 방지 설비가 된 보안 시설에서만 가능해 “바이든 당선인 자택에 이런 보안 시설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북한 문제, 이란 핵 및 중동 문제, 중국과의 경쟁 등에 관한 내용들을 보고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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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일일 정보 보고를 처음 만든 사람은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다. 트루먼은 “여러 부처와 각 군(軍)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대통령을 위해 종합된 정보가 없다”며 CIA의 전신인 ‘중앙정보그룹'을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1946년 2월 15일 트루먼이 받은 최초의 일일 보고는 등사기로 찍어낸 2쪽짜리 문서로, 첫 항목은 1945년 얄타회담에서 미국과 소련이 맺은 ‘밀약’이 유럽 언론에 유출됐다는 주프랑스 미국 대사관의 보고였다. 일일 정보 보고를 열독했던 트루먼은 1952년 대선 때 공화·민주 양당 후보에게도 이를 공유해 주도록 CIA에 지시했다. 이 관행이 이어져 대통령 당선인에게 일일 보고를 공유해 주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보고를 받는 역대 대통령 스타일은 저마다 달랐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핵심 이슈를 요약한, “재킷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보고서”를 원했다고 한다. CIA는 가로세로 약 20㎝ 크기로 10쪽을 넘지 않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케네디는 매일 아침 집무실 출근 직후 보고서를 읽고, 정보 당국에 꼼꼼하게 피드백을 했다.

변호사 출신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미국 공문서에 주로 쓰는 기다란 ‘리걸(Legal)’ 용지를 선호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주로 읽은 사람은 닉슨이 아니라 그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였다. 키신저가 읽은 뒤 닉슨에게 주요 사항을 보고했다. 키신저는 최신 정보가 중요하다며 아침·오후 두 번 PDB를 만들도록 했고, 자세한 분석을 요구해 길이도 20쪽 이상까지 늘어났다.

CIA 국장을 지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주로 서면 보고만 받은 다른 대통령과 달리 CIA 보고관들의 대면 보고를 중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 전반부인 2009~2013년 가죽 바인더에 담긴 10~15쪽짜리 서면 보고서를 받아 읽었다고 한다. 오바마는 최근 발간된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이 보고서에 대해 “그날그날 소말리아의 테러 조직이나 이라크의 사회 불안, 또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새 무기 체계를 개발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담겨있었다”고 썼다. 매일 아침 식탁에 놓여있는 이 보고서에 대해 부인 미셸은 “죽음, 파괴와 끔찍한 것들에 관한 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바마는 집권 2기인 2014년 정보 당국에 “태블릿 PC로 읽을 수 있게 전자 보고서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14년 2월 15일 미국 역사상 최초의 ‘전자 대통령 일일 보고서'가 오바마에게 제공됐다. 트루먼이 일일 정보 보고를 만든 지 68년 만이었다. 오바마는 보안 조치가 된 아이패드로 전자보고서를 읽었고, 여기엔 클릭하면 심화 정보로 연결되는 링크나 영상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도 그 전자보고서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바이든은 이날 대통령취임위원장에 자신의 측근인 토니 앨런 델라웨어주립대 총장을 임명하고, 위원들을 발표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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