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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피고인’ 최강욱 법사위원 보임은 있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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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열린민주당 대표인 최강욱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에 보임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그제 열린민주당 측 요청에 따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최 의원을 법사위로, 법사위 소속인 같은 당 김진애 의원을 국토위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최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 중이다. 최 의원은 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아내 관련 사건을 직접 고발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피고인이 법원·검찰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사위원을 맡게 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자신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벌이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 의원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지난 6월 상임위 배정 때 법사위 합류를 희망했으나 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측이 허용하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집권세력이 이제 최소한의 법적·정치적 금도조차 무시할 정도로 더 오만해진 것 아닌가.

최 의원의 언행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사위원으로 공평무사한 자세를 견지할지 의문이 든다. 그는 지난 5월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첫 재판 때 법정에 출두하면서 “이미 시민들의 심판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승리와 법적 면죄부를 등치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총선 직후에는 검찰과 언론을 향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 사보임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박 의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직접 국회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의견을 냈다. 박 의장이 낸 안에는 원 구성단계부터 특정 상임위 소관사항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의원이 해당 상임위에 배정되지 않도록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미리 등록하고, 원 구성 후 변경이 있으면 다시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이에 반하는 사보임이 국회의장 허가를 받고 이뤄졌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최 의원의 법사위원 보임은 명분이나 정당성이 없어 국회 권위만 실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최 의원의 법사위 보임은 당장 취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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