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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임대차법 혼란 보고도 국정원법·공수처법 입법독주 계속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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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하며 입법 독주에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반발로 한 차례 미뤄졌던 법안을 당 지도부 지시로 밀어붙인 것이다. 여당은 국정원법 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경찰청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9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입법 성과를 내겠다고 서두르는 것인데 상임위 여야 합의 원칙을 공염불로 만들어버렸다.

여당은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한 기업규제법들까지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며 벼르는 중이다. 절대 의석을 차지했으니 야당 반대를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문제점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졸속 입법했다가 극심한 부작용을 초래한 임대차보호법 같은 잘못을 또 범할까 걱정이다. 여당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넣은 임대차법을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덜컥 처리했다가 반년 가까이 전월세난 심화로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처방은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정원법은 그런 식으로 개정돼서는 안 된다. 안보가 손상을 입으면 되돌리기 힘든 만큼 부작용이 부동산 시장 혼란에 비길 바가 아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 제3국에서 활동하는 간첩 등 수사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수사 인력 노출로 인한 타격이 작지 않고 그동안 구축한 대공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 안보 공백을 막는다며 3년 유예 기간을 둔다지만 비밀요원을 두고 오랜 기간 탈북자를 관리하며 대북 정보 등을 다뤄온 곳을 배제하고 경찰이 3년 만에 충분한 대공 역량을 갖출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빼면 치안을 맡는 경찰이 유일한 정보 수집 역할까지 하며 공룡화한다는 우려도 많다. 서울 남영동에 대공분실을 운영했던 5공 시절의 무소불위 경찰로 되돌리는 꼴이 될까 봐서다. 국내 정보 수집을 막으면서도 경제질서 교란 정보 수집을 국정원에 맡기는 것 역시 민간인 사찰로 악용될 소지가 커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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